세수감소 중국 지방정부, 역외탈세 틀어막는다

2024-12-17 13:00:31 게재

‘고액자산가 해외소득 신고납세’ 통지

닛케이 “해외이주 러시 부추길 우려도”

부동산시장 침체로 세수가 줄어든 중국 지방정부가 개인들의 해외투자 수익에 대한 세수 증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기업과 개인의 납세와 관련한 정보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16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2022~2023년 보험금이나 가족신탁, 해외주식거래 등 역외 금융투자 수익을 얻은 부유한 자산가들은 지방정부 세무당국으로부터 자진 납세신고 통지를 받고 있다. 홍콩 주식거래 플랫폼 ‘푸투홀딩스’, ‘타이거 브로커스’ 등을 통해 미국과 홍콩 상장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해 수익을 얻은 이들에게도 그같은 통지가 전달됐다. 중국은 역외수입의 20%를 세금으로 거둬들인다.

중국은 2017년부터 ‘금융정보 자동교환기준(CRS)’을 시행하고 있다. CRS는 각국이 탈세를 막기 위해 공조해 마련한 제도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 초부터 대대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지방정부와 정보를 공유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도 CRS 전면시행을 늦춘 이유 중 하나다. 중국정부는 현재 CRS를 통해 개인들의 연말 대차대조, 이자수익, 주식거래 기록 등 광범위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중국 세무당국은 특히 올해 4월부터 배당금을 지급하는 홍콩 상장기업 주식을 보유한 이들이나 글로벌 민간기업 경영진으로 재직하는 중국 국적자들을 포함한 광범위한 고액자산가들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해외상장 중국 기술기업들의 일부 고위 경영진들은 최근 몇달간 ‘해외에서 얻은 수익을 신고하라’며 세무당국에 소환되고 있다.

중국 자산운용사 ‘노아홀딩스’는 당국의 납세촉구와 관련한 고객들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아홀딩스는 “중국은 발전기간 동안 역외소득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는 체제를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각국간 탈세방지 공조가 강화되면서 중국도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세무컨설팅기업은 올해 들어 20여 건의 세금문의를 받았다. 이 기업에 따르면 3000만달러 이상 순자산을 가진 개인이나 대부분의 자산을 역외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세무당국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닛케이는 “세무조사 프로그램의 전체 규모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국이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를 비롯한 대도시 고액자산가들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역외소득에 대한 이같은 조치는 지방정부 세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과 맞물리고 있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지방정부는 기존의 토지판매를 넘어 새로운 세원을 적극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토지판매와 토지관련 세금 징수는 2023년 지방정부 재정의 약 27%를 차지했다. 중국이 부동산 거품을 의도적으로 꺼뜨리기 전인 2021년 38%에서 감소했다. 공식통계에 따르면 중국 재정수입은 올해 1~10월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경제학자 켈빈 램은 “역외소득 과세는 지방정부 재정을 개선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토지판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격한 징세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고액자산가들이 대거 중국을 이탈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컨설팅기업 ‘헨리&파트너스’에 따르면, 중국경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올해 100만달러 이상 투자가능 재산을 가진 고액자산가 1만5200여명이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역대 최고치다. 2023년 1만3800명 이주에서 크게 늘었다. 뉴욕 소재 자산투자운용 컨설팅기업 ‘오스트롬 파이낸셜’ CEO 레온 우는 “중국의 부유한 개인들이 최악의 경우 중국 국적을 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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