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지연전략 펴는 윤 대통령·여당 ‘이심전심’
윤 대통령, 변호인단 구성 … 법정 공방 예고
국민의힘, 헌재 재판관 임명 시간끌기 고심
이재명 대표 상급심 선고일 고려 ‘시간 싸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심전심’ 지연전략을 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상급심 선고일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든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기 대선 국면이 오더라도 이 대표의 재판 결과가 어느 정도 확정된 후가 되어야 반전의 계기라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16일 윤 대통령은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측은 이날 공지를 통해 “내부 입장을 정리중이다. 정리된 입장을 가급적 빨리 밝히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탄핵이든 수사든 맞서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직후에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히며 적극적인 법적 공방을 시사한 바 있다.
실제 윤 대통령 변호인단 측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출석해 직접 변론을 하거나 다수의 증인을 신청해 최대한 시간을 늦추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고 한다. 내란죄 관련 수사와 기소가 진행될 경우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탄핵심판 심리를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 외에도 보수 지지층을 상대로 한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이 중 어떤 방식이 활용할지를 놓고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숙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지연과 별도로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수사기관 출석을 최대한 미루는 등 지연 전략을 구사중이다. 16일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18일 오전 10시까지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라는 내용의 출석요구를 대통령실과 관저에 전달하려 했지만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서두르고 있는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지적하며 지연 전략에 가담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 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민주당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야당이 추천한 3인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지연시킬 수 있는 방식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내대표가 17일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주장한 한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문제삼는 방식 외에도 후보자들의 정치성향을 문제삼는 방식, 야당 추천 몫 중 한 명을 여야 합의를 통한 추천으로 바꾸는 안, 재판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 불참해 한 권한대행을 압박하는 방식 등도 거론된다.
현재 헌법재판관 상황을 보면 총 9명 중 국회 추천 몫인 3명이 공석이다. 민주당은 최근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이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실시와 임명동의안 본회의 통과 후 한 권한대행이 임명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여당의 한 전직 당직자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사·재판 지연 전략을 세게 비판하지 않았냐”면서 “이번엔 반대로 헌재 심판을 지연하려고 하니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