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폭탄테러, 안보리 제기 ”
화생방사령관 폭사에
"우크라정부 테러행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17일(현지시간) 폭탄이 터져 화생방(방사능·생물학·화학) 방어부대 사령관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러시아가 오는 20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테러 공격” 문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화생방 무기를 총괄하는 이고르 키릴로프 중장은 이날 아파트 입구 근처 대로에서 스쿠터(킥보드)에 장착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자신의 보좌관과 함께 숨졌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고위 관계자는 자신들이 폭탄을 설치했다고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말했다. 한 소식통은 “키릴로프는 우크라이나군에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하라는 명령을 내린 전범이었다”며 “그는 합법적인 표적이었고, 전쟁범죄에 대한 보복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획된 테러”로 쟁점화할 태세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키릴로프에 대한 테러공격 문제를 20일 안보리 회의에서 반드시 제기할 것”이라며 “이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무기 공급과 우크라이나 위기의 평화적 해결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범죄의 책임자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고 국제사회로부터 명백히 규탄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아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또 하나의 테러 공격”이라며 “키이우 정권의 전투원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를 서방이 수년간 묵인해온 결과 발생한 폭력의 연속이자 확대”라고 비난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키릴로프가 금지된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이 있는 요주의 인물이라고 주장해왔다. SBU는 사전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한 혐의로 키릴로프를 기소했다. 지난 10월에는 영국 정부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야만적인 화학 무기를 사용하도록 도왔다는 이유로 키릴로프를 제재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영국과 미국은 러시아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위반해 우크라이나군에 독성 물질인 클로로피크린을 사용한다고 비난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며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 RT에 따르면,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2017년부터 러시아군 화생방전 방어 부대를 책임진 키릴로프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를 이용한 NATO의 도발, 영국의 금지된 화학 물질 조작 및 솔즈베리와 에임스버리에서의 도발, 우크라이나에서 미국 생물학 연구소의 치명적인 활동 등 ‘앵글로-아메리칸’의 범죄를 수년간 반복적으로 폭로했다”고 말했다. 키릴로프는 미국이 엠폭스(옛 명칭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무기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