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투자금 회수 못한 기업 61.5%
52건중 엑시트 성공 20건
투자중 제조업 비중 10%
MBK파트너스가 최근 “자사는 아시아대표 사모펀드 운용회사로 19년동안 눈부신 투자성적을 일궜다”는 자료를 내놨다. 이어 “해외자금이 대거 출자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평판과 실력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MBK가 짧은 기간 투자금 회수에 주력하면서 기업의 성장성과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내일신문이 MBK 홈페이지 등을 기반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MBK는 2005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52개 기업에 투자했다.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사례는 20건(38.5%)이었으며, 미회수(원금 손실 1건 포함)는 32건(61.5%)으로 집계됐다.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60% 이상이 아직 원금을 회수하지 못한 것이다. 자금투자는 한국기업이 25개(48.1%)로 가장 많았고, 중국(홍콩 포함) 13개(25.0%), 일본 12개(23.1%), 대만 2개(3.9%) 순이었다.
MBK가 첫 투자를 단행한 이후 매각과 기업공개(IPO) 등으로 자금 회수에 성공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평균 5.6년(66.5개월)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하더라도 지분을 장기간 보유할 뜻을 피력했지만 평균 5년여 만에 투자금을 회수해 왔던 실제 결과를 보면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원금을 회수하지 못한 사례 가운데 절반이 한국 기업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엑시트를 못한 피투자기업은 전체 52개 중 32곳(61.5%)에 달하는데, 이 중 한국 기업이 17곳이다.
한국으로 범위를 좁히면 포트폴리오 25개사 중 68%인 17곳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투자금 회수에 장기간 어려움을 겪는 곳들은 △딜라이브(옛 씨앤앰,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강남(케이블TV) △네파(스포츠 의류) △홈플러스(유통) △골프존카운티(골프장) △롯데카드(금융) △다이닝브랜즈그룹(외식 프랜차이즈) △엠에이치앤코(홈리빙) 등 8개사다.
이중 딜라이브는 2008년 MBK가 호주계 운용사 맥쿼리와 함께 특수목적회사(SPC) 한국유선방송을 세운 뒤 2조2000억원에 인수한 업체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올해까지도 엑시트하지 못한 사례로 남아 있다.
또 MBK는 2009년 10월 1000억원을 들여 철제 구조물 생산 전문기업 영화엔지니어링 지분 일체를 사들였다. 영화엔지니어링은 2007년 이래 2012년까지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 평가 6년 연속 1위에 오를 만큼 경쟁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무리한 해외 수주 기조에 따른 운전자금 소진, 원청 기업의 플랜트 사업 수익성 부진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경영난이 발생했다. 결국 영화엔지니어링은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MBK는 2017년 회사 지분을 496억원에 연합자산관리(유암코)로 매각했다.
MBK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업종을 살펴보면 9개 업체(17.3%)가 ‘의료·헬스케어’ 분야였다. 금융업과 물류·유통 섹터에 속한 기업은 각 6개사(11.5%)로 뒤를 이었다. 제조업권에 속한 회사는 5개사(9.6%)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M&A를 계기로 MBK의 투자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는데 제조업과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특히 고려아연과 같은 대형 제조업체를 운영한 실적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MBK 관계자는 “투자한 기업 경영은 그 기업 임직원들이 한다”며 “우리는 이사회에 참여해 해당 투자기업 주요 안건을 논의하고, 투자기업 가치제고 방안을 고민해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BK 투자 실적은 20년간 글로벌 연기금들이 앞다퉈 우리에게 투자하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호·정석용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