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포트'의 힘, 부산항 최대 물동량 기록할 듯
컨테이너 2430만개로 전년대비 5% 증가 전망 … 환적화물은 8% 늘어
미주 지역으로 가는 마지막 기항지(라스트 포트)인 부산항의 장점이 다시 드러났다. 국내 경제침체에도 부산항에서 하역한 물동량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7일 부산항만공사(BPA)는 올해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2430만TEU로 지난해 2315만TEU에 비해 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상 최대 규모 물동량이다. 한국을 포함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제조한 다양한 상품들이 6m(20피트) 길이 컨테이너박스 2430만개에 담겨 부산항을 통해 운송됐다.
공사는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부산항의 경쟁력과 효율적인 운영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물동량 증가는 환적화물이 주도했다. 환적화물은 부산항에서 출발하는 화물이 아니라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타고(환적) 가는 목적지로 가는 화물이다. 국내 경제성장에 따라 변하는 수출입 화물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국은행이 최대 2.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조정되는 경기침체기 속에서도 환적화물이 늘어나면서 부산항 물동량 증가를 견인한 것이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0%가 될지 2.1%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사에 따르면 올해 부산항 수출입 화물은 1090만TEU로 지난해보다 15만TEU(1.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환적 화물은 99만TEU(8%↑) 늘어난 1340만TEU로 예상된다. 환적화물 비율은 전체 물동량의 55.1%다.
공사는 환적화물 유치를 위해 글로벌 선사의 남미 신규 항로 4개를 개설하며 미주와 일본 시장을 강화했다. 공사 관계자는 “머스크와 하팍로이드 등 글로벌 선사를 대상으로 아시아에서 미주로 가는 노선을 개설할 때 부산항을 기항하는 이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공사에 따르면 아시아~미주 항로에 투입된 선박이 미주 지역으로 향할 때 태평양을 횡단하기 전 부산항에 기항할 경우 아시아의 어떤 항만보다 많은 화물을 확보할 수 있다. 부산항이 중국 일본 동남아를 연결하는 피더(지선) 노선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북미로 가는 ‘라스트 포트’ 노선은 부산이 26개로 1위다. 상하이(13개) 선전(9개) 닝보(5개) 요코하마(3개) 카오슝(2개) 도쿄(2개) 등이 뒤를 잇는다. 남미로 가는 라스트 포트 노선도 부산이 13개로 1위다. 그 뒤를 싱가포르(5개) 칭다오(3개) 요코하마(2개) 닝보(1개) 상하이(1개) 등이 잇는다. 부산항에서 미국으로 가는 환적화물은 18%, 캐나다로 가는 환적화물은 17% 증가했다.
공사 관계자는 “미주로 향하는 대형 모선은 피더노선을 활용해 다른 항만에서 출발하는 미주향 화물을 부산항에서 최대한 집화해 선박을 채울 수 있다”며 “선사 입장에서는 부산항을 아시아에서의 마지막 기항지로 활용해 선박 운영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부산항 입장에서는 다량의 환적화물을 유치할 수 있어 서로 이익이 되는 관계”라고 말했다.
부산항의 2위 환적시장인 일본 화물도 눈에 띄게 늘었다. 공사는 아키타와 이시카리에서 부산항 이용 촉진 설명회를 열고 부산항 경쟁력과 효율성을 알렸고, 이곳의 환적화물이 8.8% 증가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트럼프 집권 2기에 따른 미·중 무역 갈등 심화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글로벌 물류 허브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