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현장서 생방 판매, 민관협력 상권관리
40여 전통시장 품은 서울 중구
상인들 초청해 한해 성과 공유
“입소문으로 성장한 가게인데 지역 내에서 확고하게 이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점포 내 판매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택배 등으로 많이 전환했지만 또다른 계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서울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에서 40년 가까이 참기름과 들기름을 판매하는 ‘풍년기름집’.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가게를 이어받아 10년차에 접어든 이태영 대표는 “구청에서 생방송 판매 제안을 했는데 그간 고민하던 것과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구가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판을 펼친 ‘중전(중구 전통시장) 라이브’다. 두차례 출연만으로 이 대표는 시청률과 판매 상품조회 등 다방면에서 소비자 참여를 이끌어내 ‘육각형 판매인’에 선정됐다. 그는 “다른 업체와 함께 방송을 하면 상승효과가 있다”며 “방송이 실제 고객 확대로 이어지고 맘카페 회원 등 주민 관심을 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8일 중구에 따르면 구는 남대문시장 중부시장 등 몸집이 크고 역사가 오래된 전통시장부터 개성이 뚜렷한 상점가·골목형상점까지 40여개를 보유한 자칭 ‘시장 부자’다. 구는 민선 8기 들어 지속가능한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지원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그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상인과 관계자 100여명을 초청해 ‘연말결산 시상’을 했다.
지난해 5월 시작한 생방송 판매가 우선 눈에 띈다. 1회성 행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인들 스스로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하도록 돕는다. 지원단을 꾸려 상인과 연계하는 한편 ‘신당동 먹거리페스타’ 등 축제현장을 생생하게 중계하면서 대표상품을 판매했다. 누적 판매금액은 275만여원이지만 상인들은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성과가 훨씬 크다고 입을 모은다. 김길성 구청장은 “상인들 요청으로 시작했는데 진화를 거듭해 세계시장 진출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풍년기름집을 포함해 생방송 판매에서 눈길을 끈 네곳이 상을 받았다. 뛰어난 입담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장신구가게, 중전라이브가 제공하는 모든 기회를 톡톡히 활용한 캐시미어의류점포, 탁월한 매출실력을 뽐낸 방향제점포 등이다. 상인들은 구 지원에 부응하듯 연말잔치를 위해 각 매장에서 판매하는 특산품을 깜짝 선물로 제공했다.
생방송 판매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면 상권관리 전문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역량을 키우는 공이 컸다. 지난 4월 출범한 민관협력 기구 ’전통시장 상권발전소’는 ‘행정과 상인 가교역할을 하는 전문기구’를 지향한다. 전산교육부터 골목형상점가 자문, 정부 상권활성화 지원체계 교육 등을 통해 상인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금융지원과 전화금융사기 피해예방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한편 이날 잔치에서는 상인 단합과 안전관리, 온라인 판로개척과 결제 편의 서비스 등에서 성과를 보인 신평화패션타운과 신중부시장 등 4곳은 우수시장 표창을 받았다. 김상협 중부시장·신중부시장 상인연합회 수석부회장은 “맥주·건어물축제를 7회째 이어오고 있는데 첫해 방문객이 600~700명에 불과했는데 구에서 지원한 올해는 순간최대 5000명에 달했다”며 “구와 협업해 시장 중앙에 있는 빈 노점을 먹거리 판매대로 전환하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은 “중구는 크고 작은 40여개 전통시장과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시장이 지역경제의 중심이자 모두가 찾고 싶은 장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