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비화폰 통신기록 확보 실패

2024-12-18 13:00:02 게재

수사 핵심 단서 서버 압수수색, 경호처 거부 … ‘계엄 기획’ 의혹 노상원 구속 18일 결정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화폰 통신기록이 담긴 서버 확보에 실패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측이 국가수사본부 등이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의 출석 요구는 물론 경찰의 압수수색 등을 잇달아 거부하며 사실상 시간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계엄 기획에 관여한 ‘비선’으로 알려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라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노씨는 구속영장 심사를 포기했다.

특별수사단은 17일 언론 공지를 통해 “경호처는 압수수색 진행 협조 여부를 검토 후 내일 알려주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며 밝혔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수사관들을 보냈지만 8시간 가까운 대치 끝에 오후 6시쯤 철수했다.

◆조지호 “계엄 당일 6차례 통화” = 압수수색 영장은 경호처 서버에 저장된 조지호 경찰청장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를 목적으로 발부됐다. 조 청장은 계엄 당일 비화폰으로 윤 대통령과 6차례 통화했다. 비화폰은 도감청·통화녹음 방지 프로그램이 깔린 보안 휴대전화다. 비화폰은 경호처가 지급하고 관리하고 있으며 통화 기록 등이 서버에 저장돼 있어 내란 수사의 핵심 단서로 여겨진다. 경호처는 공무상·군사상 비밀을 이유로 청사 진입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상 해당 장소에서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

공조본은 지난 11일에도 용산 대통령실 내 국무회의실, 경호처, 101경비단, 합참 지하에 있는 통제지휘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가 같은 이유로 청사 진입을 막았다. 공조본은 당시 일부 자료만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았다.

그간 경호처는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제한 조항에 따라 수사기관의 청와대·대통령실 경내 진입을 불허해왔다. 그 근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의 경우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조항(110조)과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에 관해 소속 공무소나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는 조항(111조)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시절에도 수사기관은 경내에 진입하지 않고, 외부인의 출입이 가능한 연풍문 등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한 뒤 협조를 받아 임의제출한 자료를 받아오는 형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국수본 특별수사단, 대통령경호처 서버 압수수색 불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관계자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서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경호처가 진입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비화폰 관련 서버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경찰청장 공관 압수수색 = 특별수사단은 같은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찰청장 공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7시쯤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전 가옥으로 불러 조 청장 등에게 A4 용지 한 장짜리 문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서에는 ‘계엄 선포 뒤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민주당사·MBC·여론조사 꽃 등 10여곳을 접수하라’는 취지의 계엄 관련 지시문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조 청장은 공관으로 돌아와 아내와 상의한 후 말이 안 되는 지시라고 생각해 찢어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특별수사단은 조 청장의 이런 행위를 증거 인멸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사전 기획 입증 ‘스모킹 건’ = 이런 가운데 특별수사단은 이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내란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별수사단은 언론 공지를 통해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및 정보사령관측 관계자들과 계엄 관련 사전 논의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소속 대령 2명 등과 안산시 소재 햄버거 가게에서 만나 계엄을 사전 모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근혜정부 당시 정보사령관을 지낸 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으로,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포고령을 작성하는 등 이번 계엄을 기획한 ‘비선’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노씨와 만났던 A 대령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노 전 사령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서버 확보와 관련한 인원을 선발했는지 묻자 문 사령관이 “예”라고 답변했다는 내용등 당시 구체적 상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지난 3일 계엄 선포 후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 병력 투입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또 정보사령부 산하 첩보부대인 북파공작원부대(HID)를 국회의원 긴급 체포조로 투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야권에선 이 역시 노 전 사령관의 지시가 아니냐고 보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 15일 긴급체포돼 현재 서울 서부경찰서 유치장에 수용 중이다.

특별수사단은 전날 검찰이 긴급체포를 불승인해 석방한 문 사령관에 대해서는 신속한 신병 처리와 수사를 위해 관련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했다.

한편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18일 오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의 김현태 단장(대령)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김 단장은 이날 조사에 출석하며 “있었던 내용을 그대로 말하겠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계엄 선포 이후 197명의 부대원을 국회에 투입해 현장 지휘했고, 의사당 문을 안에서 봉쇄하기 위해 창문을 깨고 진입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는 국회의사당과 국회의원회관 등 2개 건물을 봉쇄하라는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김 단장의 주장이다.

김 단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뒤 1~2분 간격으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국회의원이 (의사당 안에)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 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장세풍 구본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