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불응하며 ‘장외변론’ 나선 윤 대통령
변호인단 지원 석동현 “내란 수사는 광기”
김용현 “부하장병 불법수사 고통” 입장문
‘12.3 내란 사태’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자신들의 내란 혐의 수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주목된다. 비상계엄 당시 중요 역할을 맡았던 군 핵심 관계자들이 잇달아 구속되고 수사의 칼끝이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자 적극적인 ‘장외변론’을 통해 지지세를 결집하고 우호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석동현 변호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내란죄 조항을 읽어봤다면 내란은 무슨 내란이냐”며 “법률가 입장에서는 간명하게 (내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이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에 시달려온 상황에서 감정적 차원을 넘어선 계엄 선포로 국민이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왜 반란을 일으키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서울법대 동기로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 변호사는 윤석열정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 구성 등에 관여하고 있다.
석 변호사의 이날 발언은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볼 수 없다는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계엄 발동은 ‘전시나 사변’ 등 요건을 갖추지 않아 위헌·위법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석 변호사는 “국헌 문란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 감축, 탄핵 남발, 많은 공직자들에 대한 능멸과 조롱이 기억돼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했던 주장을 반복했다.
군대가 동원돼 국회에 진입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는데도 그는 “폭동은 없었다”며 “야당에서 마치 내란이 나서 나라가 뒤집어진 것처럼 과장하는 측면이 있는데 내란이 났으면 사회 전반적인 사항들, 특히 경제가 이렇게까지 회복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석 변호사는 “광기어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을 향한 수사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법절차에 따르겠다는 스탠스는 분명하다”면서도 “탄핵 소추로 권한만 정지됐을 뿐 엄연히 대통령의 신분인데 오란다고 가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동시에 수사에 뛰어들어 강제수사, 출석요구까지 혼선이 빚어지는 것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복 수사를 문제 삼아 출석 요구 등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게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러 나올 것을 통보하는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수취거부로 반송됐다. 21일까지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검찰 통보에도 답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도 17일 변호인단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이번 비상계엄에는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려는 대통령의 소중한 뜻이 담겨있었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옹호했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은 국회의 국헌문란과 내란에 준하는 패악질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또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장관의 명령에 따라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 3명의 사령관이 불법적으로 구속돼 있다”며 “그 외에도 많은 부하 장병들이 불법수사로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국의 일념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자”며 “저도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구속된 김 전 장관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은 검찰이 불법수사를 하고 있다며 심우정 검찰총장과 박세현 서울고검장(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 등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