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이후’를 생각한다 ③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다면

원격화상시스템 완비…언제 어디서든 회의·투표 가능

2024-12-18 13:00:02 게재

코로나때 시연까지 마무리, 실제 작동은 안 해

“의장, 반드시 의장석서 선포 규정도 바꿔야”

비상사태때도 가동하려면 국회법 개정해야

국회 경비대 등 자체 방어 능력 강화 대책도

계엄 등 비상상황에서도 본회의를 열 수 있는 ‘플랜B’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등 전염병 확산으로 대면회의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영상 본회의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 놨다. 국회가 현재와 같이 경찰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방어조직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무장 군 병력에 소화기로 맞서는 국회 직원들 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쪽에서 본회의장 으로 진입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18일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온라인 본회의 효력 시점을 부칙으로 2022년 6월말까지로 정해놔 현재는 효력이 상실한 상태”라며 “부칙을 삭제하면 현재 국회법의 영상회의 규정은 유효하게 된다”고 했다. “시스템적으로 전광판에 의원 화면을 띄우는 등의 장비들은 구축돼 있다”면서 “단지 가동을 해본 사례가 없어 확실히 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원격영상회의는 의원이 동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장치가 갖춰진 복수의 장소에 출석해 진행하는 회의를 말한다.

국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국회가 셧다운 되는 등 본회의장에 모여 안건을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예견되자 지난 2020년 말 원격영상회의 방식으로 본회의를 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한시적으로 마련했다.

당시엔 제1 급 감염병 또는 천재지변 등으로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개의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여 원격영상회의 방식으로 본회의를 개의할 수 있도록 하고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에만 표결을 할 수 있도록 해 원격영상회의에 출석한 의원도 표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는 한 차례 연장해 2022년 6월말까지 1년 반 정도 운영됐다.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은 원격영상회의에서의 질의, 토론, 발언신청, 표결방식에 대해 시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격영상회의에 의해 본회의가 열린 적은 없다.

◆본회의는 본회의장에서 해야 한다는 규정 없어 = 12.3 비상계엄 선포이후 국회 진출입이 불법적으로 차단되고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의원들이 담을 넘어서라도 본회의장에 들어와야 했다. 이에 따라 원격화상회의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한 수 십 개의 ‘국회법 개정안’이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됐다. ‘제1급감염병의 확산 또는 천재지변 등’으로 제한돼 있는 원격영상 본회의 진행 범위를 확대하고 2022년 6월까지로 제한한 유효기간도 없애는 게 핵심이다.

서영교 의원은 “위기 상황에서도 본회의가 열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다”며 “전쟁, 폭동, 계엄 등 불가피한 상황 발생 시 원격영상회의 제도를 신설해 국회가 본래의 기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원격영상회의를 개회하는 방안으로는 교섭단체 대표간 ‘협의’하거나 국회의장 ‘직권’으로 가능토록 하는 안이 제시됐다. 이는 본회의를 반드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와 연결될 수 있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법에는 국회의 본회의장에서만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별도의 규정은 없다”고 했다.

국회의장이 반드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회를 봐야 하는 규정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행법은 표결의 선포와 표결 결과 선포에 대해서 국회의장이 의장석에서 선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계엄이 선포된 경우에 한하여 국회의장이 의장석에서 표결의 시작과 결과를 선포해야 하는 의무 규정을 예외로 두어 위헌·위법한 행위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 경비대가 국회의원 출입 차단” = 입법부가 자체 경호 조직을 보유하기 위한 법안도 대거 제출됐다. 국회 경비대(국회 경찰대)나 국회 경호처를 두고 국회의장이 직접 지휘하는 방안이 핵심 내용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경위와 경찰공무원은 국회의장의 지휘를 받아 국회 경호를 수행하고 경위는 회의장 건물 안에서, 경찰공무원은 회의장 건물 밖에서 경호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지휘체계는 지난 12.3 비상계엄때 국회 경호를 담당해야 할 경찰공무원이 경찰 지휘에 따라 계엄 해제를 의결하려는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아 논란이 일었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 경비대는 외곽 방어를 해서 서울경찰청의 지휘를 받고 있고, 경호·방호는 제 지휘를 받고 있다”며 “국회 경비대가 국회를 경비하는 게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출석하려는 의원님들과 직원들을 통제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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