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명태균·건진' 확대되는 수사, 여권 ‘끙끙’
체포된 ‘건진법사’, 여당 실세의원과 친분
내란 사태와 탄핵 가결 이후 수사기관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이 탄핵 당하면서 힘이 빠지는 듯 싶자, 수사기관들이 일제히 권력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분위기다. 내란과 명태균 수사에 이어 건진법사 수사까지 개시됐다. 건진법사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국민의힘 실세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 범죄 합수단은 17일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 모(64)씨를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북 영천시장 출마 희망자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체포했다.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건 이 사건이 아니라, 전씨의 여권 인맥이다. 전씨는 강남구 역삼동에 법당을 차려놓고 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이명박정부 출신 인사, 국민의힘 핵심의원, 재계 오너그룹과 두루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전씨가 과거 사용했던 휴대전화까지 다수 확보돼, 전씨가 김건희 여사·국민의힘 핵심의원 등과 나눴던 메시지나 통화가 정국을 뒤흔들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전씨가 여당 공천이나 금융권·관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나돌고 있다. 여당은 전씨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전전긍긍하는 표정이다. 전씨 수사 불똥이 자칫 여당 핵심의원들로 튀면 여당은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창원지검은 ‘명태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여당 공천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2022년 보궐선거 당시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여했던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명씨가 2022년 대선 당시 사용했던 휴대전화(일명 황금폰)을 확보하면서 수사가 여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17일 명씨를 접견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황금폰’과 관련 “(명씨와의) 대화 과정에서 짧게 나오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뭔가 말씀드릴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내란 사태 수사에서도 여당 의원이 소환장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고발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 법사위에서 “여당 의원 중에 누군지 특정은 못 하겠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추경호와 같이 공범으로 이 내란을 공모했다”고 주장하자 여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