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권한대행, 용산 압수수색 승인할까

2024-12-18 13:00:03 게재

황교안 권한대행 때는 불승인

총리실 “살펴보겠다” 입장 유보

거부권·헌법재판관 이어 ‘난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놓고 정치권의 아전인수격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대통령 경호처 압수수색 허가 여부가 또다른 쟁점으로 불거졌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 행사,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 여부에 이어 12.3 내란 사태를 수사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압수수색 문제까지 고심해야 할 판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18일 대통령 경호처 압수수색 허가 여부와 관련해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내일신문에 “아직 논의해본 적이 없다”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니 살펴보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날 공조본은 대통령 경호처 서버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8시간 대치 끝에 철수했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가 무산된 데 이어 두 번째다.

대통령실은 이번에도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압수수색 거부의 근거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압수수색 협조 여부를 검토해 18일 다시 알려주겠다”는 입장을 공조본 측에 전달했다.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이니만큼 윤 대통령의 권한을 이어받은 한 권한대행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중요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탄핵정국과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펼쳐졌던 2017년으로 되돌아가 보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박영수 국정농단 특검팀은 그해 2월에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정책 결정을 하는 곳으로 군사시설로 지정됐고, 공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과 자료가 있다’는 이유를 대며 막아섰다. 이후 특검팀이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청와대 압수수색 허가를 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황 권한대행도 이를 거부했다. 특검팀이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조치에 대해 행정소송까지 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 관리는 대통령비서실장 책임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기존 관례를 볼 때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실 문을 열어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처가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던 것처럼 한 권한대행 역시 비슷한 전례를 따르리라는 것이다.

다만 한 권한대행의 정치적 상황이 그때와는 전혀 다르다는 해석도 있다. 황 권한대행은 당시 “보수 대통령이냐”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여권과 가까운 입장을 취했다면 한 권한대행은 이미 내란죄 관련 수사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만큼 철저한 ‘중립’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조본의 압수수색이 내란죄 수사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한 권한대행이 내란죄 연루 의혹을 벗기 위해서라도 수사에 대해선 협조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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