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 CEO들, 트럼프에 ‘눈도장’ 찍기 분주
민주당 지지 기업인들도 속속 마러라고행
관세 우려 크지만 탈규제, 세금감면은 지지
지난 수년 동안 민주당에 거액을 후원한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는 1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마러라고 별장을 찾았다. 앞서 16일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트럼프를 만나 미국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몇시간 뒤엔 틱톡 CEO 추쇼우즈가 트럼프를 찾아갔다. 18일엔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가 트럼프를 만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할리우드에서 실리콘밸리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고위 경영진들이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행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눈도장 찍기 차원이라는 것.
트럼프 선임고문인 제이슨 밀러는 “심지어 정치적 성향이 다른 CEO들도 트럼프를 찾아 차기정부에서 파트너가 될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며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많은 CEO들도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들이 트럼프를 ‘알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틱톡의 경우 내년부터 미국 내 틱톡금지법이 효력을 발동한다. 애플의 팀 쿡,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등 빅테크 CEO들은 규제완화 환경을 추구하고 있다.
워싱턴 정가의 한 로비스트는 “대단한 부자이자 창의적인 기업의 CEO들이, 특히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라 해도 꾹 참고 트럼프와 거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선택지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FT는 “물론 미국 기업들 일부는 트럼프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특히 전면적 관세정책, 불법이민자 대량추방, 제조업 보조금 회수 등”이라며 “하지만 CEO들은 또한 트럼프를 거래협상자로 인식한다. 따라서 그와 척을 져 보복을 당하느니, 아첨을 해서라도 그와 친밀해지는 게 낫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올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와 맞섰고, 현재는 컨설팅기업 ‘에델만’ 부회장으로 있는 니키 헤일리는 “트럼프와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게 좋다고 CEO들에게 조언한다”고 말했다.
월가 여러 은행의 CEO들에게 조언하는 한 최고위급 컨설팅 고문은 “은행들 모두 직접 또는 통신수단을 통해 트럼프를 찬미하며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기업 CEO들은 트럼프에 선을 대기 위해 재무장관 지명자 스캇 베센트와 상무장관 지명자 하워드 러트닉을 활용하고 있다. 베센트와 러트닉은 오랜 기간 뉴욕 투자자들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다.
월가는 특히 바이든정부 연방거래위원회가 밀어붙인 까다로운 인수합병 규제 가이드라인의 철폐를 원한다. 또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러시아 이란 북한뿐 아니라 일본과 영국, 유럽 등 동맹국 기업들의 투자를 깐깐히 심사하는 것도 완화되길 바란다. 트럼프 고문 밀러는 “차기정부는 즉각 규제완화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보다 많은 석유·가스 채굴을 허용하고 친기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세금을 감면한다. 이는 트럼프를 찾아온 CEO들이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