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행, 첫 선택 거부권…다음 ‘특검법’은
국회법·농업4법 등에 재의요구권 행사키로
1월 1일까지 김여사·내란 특검법 판단해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첫 결정은 ‘거부권 행사’였다.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한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은 상대적으로 ‘정책적 성격’이 짙은 만큼 정부·여당의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한 권한대행은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결심을 하게 되었다”면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혔다. 이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기로 한 법안은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6개다.
한 권한대행은 농업 관련 4법에 대해 “농업농촌의 발전과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장하고자 하는 국회의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이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기능을 왜곡하여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관련 2개 법안에 대해선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하다는 점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 위반 등을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들었다.
한 권한대행은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면서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가 재의 요구하는 법안들에 대해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된 법안들은 한 권한대행의 재가를 거쳐 국회로 돌아가게 됐으며, 재표결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2/3 이상 찬성이 없으면 폐기된다.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결정을 내린 한 권한대행은 이제 ‘내란 일반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판단을 앞두게 됐다. 이 두 법안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돼, 접수 15일 이내인 내년 1월 1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6개 법안과 달리 ‘내란 일반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은 정치적 성격이 강한 만큼 한 권한대행의 고심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네 번째 발의된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 가방 수수, 8회 지방선거와 22대 총선 선거 개입, 20대 대선 부정선거, 명태균 관련 사건 등 15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앞서 총 세번의 김 여사 특검법은 반헌법적, 위법적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이 행사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대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내란 일반특검법’은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내란 일반특검의 경우 한 권한대행이 수사 대상으로 올라 있는데다 이미 내란죄 피의자로 입건된 상황인 만큼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18일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검토해서 어느 것이 헌법에 맞고 어느 것이 법률에 맞는지 점검을 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소원·김형선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