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위원회 위기…4대특구 추진동력 잃을라

2024-12-19 13:00:24 게재

대통령 탄핵소추로 지방시대 주요정책 표류 위기

기회발전특구 상속·증여세 불발, 기업유인책 부족

교육발전특구 예산·법률 미비로 내년 사업 불투명

윤석열정부 핵심정책 중 하나인 ‘어디서나 잘 사는 지방시대’ 정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지방시대위원회는 대통령 탄핵소추로 힘이 빠졌고, 4대 특구로 대표되는 지역개발 사업들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충청광역연합 출범식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 4개 시도로 구성된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 출범식에서 연합장인 김영환 충북지사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세종 연합뉴스

19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자체들의 관심을 한껏 받았던 기회발전특구는 성패를 좌우할 상속세와 증여세 감세가 불발되면서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정부가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탓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50%의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구간을 삭제해 최고세율을 40%로 낮추는 것이다.

특히 기존 가업상속공제 체계 내에서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공제금액의 상한을 철폐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기회발전특구에 이전·창업하는 중소·중견기업은 공제 한도 제한 없이 가업상속 공제를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 법안을 ‘초부자 감세 법안’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발전특구는 법적 지위와 예산 문제가 걸려있다. 지난해 11월 사업이 구체화됐고, 이후 광역지자체 7곳과 기초지자체 83곳이 신청하는 등 관심을 끌었다. 교육부는 56개 시범지역을 선정하며 사업에 속도를 냈다.

구체적으로 학교 복합시설을 활용한 거점형 늘봄운영 모델 개발, 지역 특화산업에 따른 지역 대학의 초·중·고등학생 대상 강좌 개설 등에 올해 지역현안 특별교부금 예산 1961억원을 집행했다.

하지만 국회가 이 같은 예산집행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내년도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교육발전특구 설치·운영에 대한 법률이 제정돼 있지 않은 것도 사업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도심융합특구와 문화특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심융합특구는 시범지역 5곳을 선정했지만 이후 사업진척이 없고, 문화특구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지방분권·균형발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4대 특구가 제자리를 잡기도 전에 좌초 위기를 맞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지방 정책을 총괄할 지방시대위원회가 대통령 탄핵소추로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번 12.3내란사태 발생 이전까지는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방정책 총괄 기능을 수행해왔다. 지방 관련 국정과제 이행점검 기능까지 더해져 정책 추진에 힘을 받았다.

하지만 지방시대위원회는 대통령 탄핵 상황을 맞닥뜨리자 한순간에 추진동력을 잃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 정책들은 강력한 권한으로 중앙의 기능을 지방에 이양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현 상황은 이를 담보할 힘을 모두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방시대위원회가 대통령 자문기구라는 한계를 드러내자 지방정책을 총괄할 상설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내년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다음 정부에 이를 요구하자는 것이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 정책을 총괄할 기구가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정책개발과 실행을 할 수 있도록 상설기구 설치를 논의할 때”라며 “이를 통해 그간 논의됐던 다양한 지방 정책들이 폐기되지 않고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소순창 건국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과거 고도의 경제개발을 위해 경제기획원을 둔 것처럼 이제는 산업화의 부정적 요소들을 해결할 국가균형원 같은 상설 기구 설치를 논의할 때”라며 “다음 정부에서는 구체적인 추진체가 세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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