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내년 금리 인하 4회에서 2회로 축소
물가 전망치 큰 폭 상향 조정 … 예상보다 더 매파적
증시폭락·국채금리↑… 환율 15년 만에 1450원 넘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4회에서 2회로 축소하겠다며 속도 조절을 예고했다. 내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치는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됐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예상보다 더 매파적이었던 FOMC 회의 결과 뉴욕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51%를 넘어섰다. 달러지수는 108.26으로 연중 고점을 찍었다.
국내 시장에서도 FOMC 쇼크에 코스피와 코스닥은 2%대 하락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7.5원 급등한 1453.0원에 장을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은 건 2009년 3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 연준은 18일(현지시간) 12월 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4.25~4.50%로 0.25%p 인하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올해 초부터 노동 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되었고 실업률은 상승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낮다”면서 “인플레이션은 위원회의 목표치인 2%를 향한 진전을 이뤘으나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하 결정에는 소수의견도 등장했다. 투표권을 가진 12명 위원 중 베스 해맥 클리브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동결을 주장하면서 반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회의 결정은 박빙이었으나 옳은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연준 내에 이견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성명문을 통해서도 추가 조정의 ‘정도와 시기’를 고려한다는 문구를 추가해 정책 결정에 신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더 나아가 미 연준 위원들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금리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기존의 3.4%가 아닌 3.9%로 상향 조정하면서 내년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해 4회가 아닌 2회로 축소했다. 19명의 위원 중 10명이 내년 금리를 3.75~4.0%로 전망했다. 4명은 4.0% 이상으로 전망했으며 나머지 5명은 3.5% 이하로 봤다.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종전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연준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주된 배경이다.
연준은 또 경제전망예측(SEP)에서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9월 2.0%에서 2.1%로 소폭 상향했다. 내년 실업률은 9월 회의 때보다 0.1%포인트 낮은 4.3%로 전망됐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다소 높아지고 실업률은 낮아지는 대신 인플레이션 전망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뒤인 내년 1월 28~29일 열리는 FOMC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1%로 보고 있다.
한편 연준발 충격에 19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오전 9시10분 현재 전날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16.6원 치솟은 1452.1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상승한 1453.0원으로 출발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20으로 2022년 11월 10일(110.99)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