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시장질서 훼손’ 논란 자초한 공항공사
“이렇게 임대료를 감면해 줄 거면 우리도 입찰가를 높게 쓸 걸 그랬습니다.” 최근 만난 모 면세점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공항공사)가 입찰공고에 절대불가하다고 명시했던 임대료 감면을 특정 업체들에게 적용시키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를 제시해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이후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임대료 감면을 요청하고 공항공사가 이를 수용하려는 움직이다.
최근 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4단계 확장 구역내 동선상에 위치한 면세사업권 매장의 임대료 산정을 ‘영업료 방식’으로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보냈다. 매출액 대비 임대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임대료 감면 조치다.
그동안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여객이용객수’에 비례해 부과했다. 여행객이 면세점에서 물건 하나 구매하지 않아도 면세점은 이들 숫자만큼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신라면세점은 여객수 1인당 최저수용액이 5346원인 1구역 입찰에 여객 1인당 8987원을, 신세계면세점은 최저수용액이 5617원인 2구역 입찰에서 9020원을 써내 면세점 운영권을 따냈다.
인천공항 이용객이 수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면세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면세점 매출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면세점 업계에서는 인천공항 임대료를 ‘영업이익 연동제’로 바꿔주거나 구매력이 없는 미성년자만이라도 임대료 산정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가 사실상 면세업계 의견을 들어주는 형태가 됐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공정경쟁 원칙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킨다는 의견도 나온다. 입찰에서 탈락한 사업자에게 불벼락 같은 소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임대료를 조정해 주면 업체마다 입찰금액을 높게 제시해 낙찰받은 다음 협상을 통해 가격을 낮추면 될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단 입찰을 따고 보자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공항공사 입찰 제안요청서를 보면 ‘제안자(면세업자)는 향후 터미널별 이용객 비중과 구성 등이 변화하더라도 객당임대료 등은 변동되지 않음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가 입찰제도는 시장경쟁을 통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도모하는 장치다. 업체들은 자신들의 경영 능력과 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최적의 임대료를 제시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승자를 가린다. 기업은 입찰 과정에서 제시한 가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기업이 자신의 경영 능력과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항공사 역시 정당한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 공항공사의 갈팡질팡 정책에 정직한 면세업계만 죽어나는 꼴이다.
정석용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