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정부 “한덕수 ‘과도적 역할’ 지지”
“수주내 한미 고위급 접촉”
"여야 정치권과도 소통중"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19일(현지시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체제하의 한국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고 조만간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국의 여야 정치권과도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덕수 권한대행 및 한국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계속 돼 있을 것”이라며 “어떤 일정이 잡힌다면 미래의 관여(engagement·외교적 소통)를 고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아태 지역 국가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임기의 마지막 몇 주 안에(during the last weeks)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 정부와 고위급의 대면 소통(engagement)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로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는 32일이 남았다. 내년 1월 20일이면 도널드 트럼프 차기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에서 한미간 고위급 접촉은 의미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캠벨 부장관은 한 권한대행에 대해 “우리는 그의 ‘과도적(interim) 역할’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계속해서 깊은 관여의 신호를 계속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권한대행이 2009~2012년 주미 한국대사를 역임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한테 잘 알려진” 인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울러 “우리는 과도 정부(권한대행 체제의 한국 정부)뿐 아니라 위기의 다른 행위자들과도 가능한 모든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해 한국의 여야 정치권과도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소통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의 상황에 대해 “한국은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줬고, 그것은 우리가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모든 과정에서 한국 국민들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부연했다.
미국 정부의 이런 언급은 계엄 사태 직후 공개적으로 비판 입장을 쏟아내던 것에서 달라진 것이다. 헌재의 탄핵 절차와 이후 예상되는 조기 대통령 선거 등 한국의 정치과정이 국민의 뜻에 기초한 민주적 시스템에 의해 작동하도록 ‘과도적’ 상황 관리가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이를 위해 관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중대 우려”(grave concern)란 공식 입장을 냈다. 곧이어 캠벨 부장관은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고 공개 비판하면서 간접화법으로 ‘매우 불법적(deeply illegitimate)’, ‘매우 문제적(deeply problematic)’이란 수사까지 사용했다. 미국은 이와 동시에 한미간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등을 잇달아 연기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계엄 사태 이후 누차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대해 평가해 왔다. 이틀 전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의 계엄 사태에 대해 “진짜 시험대는 민주 제도가 꺾였더라도 그날이 끝날 때까지 버텨내느냐는 것이며, 한국은 버텨내고 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뉴욕에서 미국 문화단체 ‘92NY’ 주최로 열린 대담에서 “계엄 해제 결의 채택을 저지할 목적으로 국회를 봉쇄하기 위해 배치된 군인들의 총구를 시위자들이 밀어냈다”며 이를 “극적인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법원(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할 헌법재판소)을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될 때까지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는 버텨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