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내일, ‘에피소드’ 전시 열려
2024-12-20 13:00:13 게재
허진 작가, 2025년 1월 1일까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낯설고 과감한 이미지들의 병치로 주목받은 청년작가가 있었다. 그의 그림 속에서 왕조와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은 뒤섞였고 지배자와 혁명가와 인민은 한데 얽혔다.
그 작가 허진의 전시 ‘에피소드’가 서울 광화문 갤러리 내일에서 20일부터 2025년 1월 1일까지 열린다. 젊은 시절 제작한 수묵채색화와 최근 그린 작품들이 함께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청년기의 수묵채색화에서는 구상성과 추상성을 넘나드는 발묵(먹물이 번져 퍼지게 하는 기법)이 두드러진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그가 인간을 표현한 방식이다. 뚜렷한 눈동자가 아닌 거뭇한 눈으로 표현된 인간들은 중의성으로 가득하다. 자기 자신이든 외부 세계이든 무언가에 휘말린 듯한 느낌을 준다.
‘묵시’ ‘부적’ ‘다중인간’과 같은 이전 작품들이 작가가 지나온 젊은 시절을 표상한다면, 맞은 벽면에 있는 최근 작품들은 새로운 시도를 발산한다. 독립출판을 하는 이근정 기획자가 쓴 짧은 이야기들을 아크릴판에 담고 화가의 작품들을 배치했다. 글로 제시된 4개의 독립된 이야기들은 인생의 다양한 면을 상기시키고, 화가의 작품들은 경쾌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허 작가는 “타 장르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면서 “압축된 구조 안에 정밀한 문장으로 인생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이 무척 흥미로웠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작업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