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급락…노동시장 개혁해야”
한국은행 경고, 2040년대 0%대 성장세로 추락
“노동시장 비효율성 개선, 자원 효율적 배분해야”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빠르게 고갈돼 노동시장 개혁 등 구조개혁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인구감소가 가팔라지면서 노동공급의 양과 질이 저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들어서면 0%대로 추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코로나19 이후 축적된 통계를 기초로 새롭게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향후 잠재성장률은 △2025~2029년 연평균 1.8% △2030~2034년 1.3% △ 2035~2039년 1.1% △2040~2044년 0.7% △2045~2049년 0.6%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흐름은 2000년대 초반 5% 안팎이던 것에서 △2010~2015년 연평균 3% 초중반 △2016~2020년 연 2% 중반을 거쳐 최근 몇년새 2% 안팎까지 빠르게 하락하는 흐름의 연장선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기타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말한다. 잠재성장률 수준은 실제 경제활동의 결과물인 실질 성장률과 다를 수도 있지만 그 차이(GDP갭)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번 한은 보고서는 지금처럼 우리경제가 지속되면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는 경고이면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 급락의 배경과 관련 “경제의 혁신 부족과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 등으로 총요소생산성 기여도가 낮아지고 있다”면서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성숙기 진입에 따른 투자 둔화 등으로 노동과 자본 투입 기여도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특히 노동시장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병호 한은 경제모형실장은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해 기업투자 환경 개선, 혁신기업 육성 등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둔화 속도를 완화하려면 수도권 집중 완화 및 일과 가정의 양립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면 1% 이하의 낮은 물가 상승률로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당분간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은 물가안정목표(2%)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향후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 저성장과 저물가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