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아프리카의 재앙,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2024-12-20 13:00:21 게재

기록적인 폭염으로 힘겨웠던 이번 여름, 기후변화가 아프리카에 남긴 상처는 참담했다. 유엔에 따르면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남부는 올 초부터 해수가 따뜻해지는 엘니뇨현상 때문에 수십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식량이 고갈되자 정부는 코끼리 얼룩말 등 대형 야생동물을 잡아 주민들에게 먹이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차드 나이지리아 니제르 등 아프리카 중서부는 홍수피해로 1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모로코는 사하라사막이 침수되는 등 극단의 양상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아프리카는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작음에도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유엔세계기상기구는 사하라 이남에서 극한기후 적응에만 매년 300억~500억달러의 비용이 들며 2030년까지 1억2000만명의 아프리카인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 경고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후변화는 인간과 환경 간 상호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다. 오늘날 세계 발전은 환경파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달성한 위험한 빚잔치인 셈이다. 가장 큰 피해자인 아프리카가 겪는 현실적 체감은 환경적 측면에서 재앙임이 분명하다.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환경 파괴 악순환

아프리카 환경문제는 크게 삼림파괴와 사막화, 각종 유해폐기물로 인한 토양악화로 압축된다. 전세계 숲의 17%를 보유한 아프리카 삼림은 점점 황폐해져 가나 열대우림은 3/4이 파괴되었고 민주콩고 코트디브와르 마다가스카르 카메룬도 심각한 수준이다. 직접적 원인은 빈곤과 경제적 후진성이다. 인구증가와 도시화에 따른 경작지와 땔감 확보, 무분별한 목재와 광물 수출, 내전과 분열 속 대규모 인구이동에 더해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삼림파괴를 가속화시킨다.

사막화란 건조지역의 초지가 사라지고 강과 호수가 메마르는 토지 황폐화 현상으로 가뭄, 과도한 가축 방목, 부실한 수자원 관리가 직접적 원인이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사하라사막에 인접한 알제리의 경우 삼림면적이 국토의 채 1%도 남지 않았고 국토의 50%가 삼림이었던 에티오피아는 겨우 2.5%만 남아있으며 소말리아 케냐 등도 이미 국토 절반이 사막으로 변했다.

당장 기근이라는 절박함 속에서 아프리카 최빈국들은 선진국들이 버리는 온갖 유해폐기물마저 수용해 토양을 더욱 악화시킨다. 산업폐기물 생산국들의 자국 내 처리비용은 1톤 당 3000달러지만 아프리카에 내다버리면 5달러로 해결된다. 빈곤국들이 유해폐기물을 수용함으로써 얻는 재정적 이득이 연간 GDP보다 많은 현실이다 보니 위험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환경문제 관련 포괄적 법률이나 행정조직이 부재한 아프리카에서 경제개발은 복잡하게 서로 의존하는 자연생태계 환경에 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수단은 커피 면화 설탕 등 환금작물 재배가 불씨가 된 내전으로 급기야 국가가 쪼개졌으며 나이지리아 석유자원은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경기 침체를 야기해 ‘석유 저주’로 불린다.

도시주변에 겹겹이 쌓여 지질층이 되어버린 플라스틱 폐기물은 인간이 사용하고 남은 잔재지만 이제는 인간의 힘으로 처리가 불가능해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프리카 대륙에 진출한 한국 건설사들은 지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끝없이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치우느라 실제 첫삽은 뜨지도 못한 채 몇년씩 허비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고 한다.

환경문제 열쇠는 인간과 환경의 조화

지난달 말 유엔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위원회가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플라스틱 오염 감소를 위해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규제를 가하는 국제협약이다. 중공업이 발달한 한국은 세계 4위 플라스틱 원료 물질 생산국이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발표한 ‘기후악당’ 이다.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네트워크는 한국을 ‘오늘의 화석상 1위’로 선정했다. 화석연료 공적금융 투자에 앞장서고 국제사회의 감축 노력에 반대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발전에만 총력을 기울이다 중요한 것을 놓친 셈이다.

경제규모에 비례해 책임은 무거워지고 그만큼 리더십도 요구된다. 국제사회의 자국중심주의와 인류보편적 가치 수호의 줄다리기 속에서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인간과 환경의 슬기로운 조화만이 아프리카를 재앙에서 구할 수 있다. 트럼프 신행정부의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 동향이 우려되는 이유다.

유복렬

전 카메룬대사

프랑스 캉대학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