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2025년 한국경제, 위기를 기회로
2025년을 몇주 안 남기고, 한국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내부의 구조적 성장률 하락 요인,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당선이 몰고 올 충격에 더해 국내 정치적 혼란까지 각종 악재들이 내년 우리 성장률 전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미 2%대 전망은 찾아보기 어렵고 국내외 정치적 변화를 반영해 수정되는 전망치들은 한단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 연준 위원들은 최근 내년 금리인하 횟수 전망을 기존 4회에서 2회로 바꿨다. 미국 경기호황과 트럼프 대통령 정책이 내포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글로벌 경기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국내외 악재 겹친 한국경제 내년에도'첩첩산중'
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변화가 경제성장과 기업이익의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조짐이 나타나면 자본시장의 선반영과 자산가격 상승이 다시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 고리가 생길 수 있다.
먼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경제 시스템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리더십 부재 문제는 당연히 경제정책의 연속성을 약화시키고 경제주체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은 동시에 기존 정책을 재검토할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권에 따라 바뀌지 않고 장기적으로 추진될 각종 정책과 이를 지속적으로 구체화할 시스템이 정비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구조적 성장률 둔화 요인들인 가계부채 부담과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 그리고 인구감소 문제 역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서민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정책과 적절한 부채 관리, 그리고 부동산 프로젝트 관련된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관리 강화라는 숙제를 더 빨리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둔화도 우리 통화정책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무리한 저금리의 부작용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구감소 문제 역시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등 관련 산업의 성장과 노령층 및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노력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내년부터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미중갈등 격화라는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출산업의 혁신과 시장 다변화라는 변화가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고, 트럼프 1기에도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흥시장 개척에 성공한 바 있다. 또한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도 위기 아래 더 빨라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수입과 수출 구조는 이전에 비해 더 단단해질 것이다.
시장의 변화 요구에 맞춰 실행할 경우 전화위복 될 수도
마지막으로, 금융시장에서도 현재의 위기는 정부와 기업, 국내 투자자들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을 위해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라는 과제가 빠르게 성취될 필요가 있고, ‘투명한 거버넌스와 합리적 주주환원 정책’으로 요약되는 기업들에 대한 요구가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기대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내년 한국경제와 금융시장이 직면한 도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정치적 혼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구조적 저성장이라는 삼중고가 계속 우리나라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가 실행으로 이어질 경우 2025년 말에는 더 긍정적인 경제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SK증권 경영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