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상업용 부동산 불황 지속…금융사 투자 부실 우려↑
6월말 56조3천억 … 2026년까지 22조8천억 만기도래
미 오피스 공실률 20.1% … 금감원 “손실 확대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로 침체돼 있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부동산 투자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6월말 국내 금융회사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투자한 해외부동산 잔액은 56조3000억원으로, 북미지역 투자 규모가 35조2000억원으로 62.5%를 차지했다. 유럽지역은 10조5000억원으로 18.6%를 차지하는 등 미국과 유럽 비중이 81.1%에 달한다.
올해 연말까지 만기 도래 규모는 4조6000억원, 2026년까지는 22조8000억원이다. 2030년까지는 전체 투자금의 77%에 달하는 43조4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규모는 34조7000억원이며, 이 중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규모는 2조6100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중 1100억원 증가해 1분기 900억원에 비해 상승폭이 다소 커졌다. EOD는 이자 또는 원금 미지급, 담보 자산 가치의 하락 등으로 만기 전에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EOD 사유 발생이 즉각적인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투자금 전액 또는 일부 금액의 손실이 확정될 수 있다.
자산 유형별 EOD 발생 현황을 보면 오피스에 투자한 18조5000억원 중 7800억원, 복합시설 등에 투자한 3조8000억원 중 1조5600억원, 주거용에 투자한 3조6000억원 중 2400억원, 호텔에 투자한 3조9000억원 중 200억원 등이다.
투자 규모를 보면 34조7000억원 중 오피스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 국내 금융회사 투자 비중이 높은 오피스 시장을 중심으로 개선이 지연되는 등 투자자산 부실화 및 손실 확대 가능성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미국의 경우 지난 2022년 155.0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하반기 121.5로 가장 낮았고 올해 6월말 123.6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도 같은 기간 129.5에서 96.5로 하락했고 6월말 98.6으로 나타났다.
무디스가 집계한 미국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2분기 20.1%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9월말에도 20.1%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일 사업장이 아닌 여러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와 재간접 펀드에 투자한 복수자산 규모는 약 22조원으로, 금감원이 별도의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 정확한 손실 규모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부실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상업용 부동산 간접투자와 관련해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간접투자의 경우 투자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향후 상업용 부동산발 쇼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대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별 해외 부동산 투자 현황을 보면 보험이 31조2000억원(55.3%)으로 가장 많고 은행(11조7000억원), 증권(7조8000억원), 상호금융(3조6000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2조1000억원), 저축은행(1000억원) 순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