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국민의힘 지지율 왜? “보수층 ‘반 이재명 정서’ 영향”

2024-12-20 13:00:36 게재

2016년 박근혜 탄핵 때 자유한국당 8%까지 추락

국민의힘, 보수층 지지 힘입어 지지율 ‘견고한 편’

“계엄 비판하지만 ‘이재명 대통령’ 더 싫어 결집”

국민의힘 지지율이 예상외로 견조한 모습이다. 박근혜 국정농단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겨준 내란 사태가 발생했지만, 여당 지지층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왜일까. ‘이재명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반 이재명 정서’가 국민의힘 지지율을 버텨준다는 해석이다.

한덕수 권한대행과 권성동 권한대행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기념촬영 후 고위당정협의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20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17~19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더불어민주당 48%, 국민의힘 24%, 조국혁신당 4%, 개혁신당 2%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1주일 전과 똑같은 수치였다. 지난주 조사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14일)이 있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셈이다. 국민의힘 핵심지지층으로 꼽히는 보수층은 지난주 57%에서 이번주 63%로 여전히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전날 공개된 전국지표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16~18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p)에서는 민주당 39%, 국민의힘 26%, 조국혁신당 8%, 개혁신당 2% 등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 달 전 조사보다 4%p 하락한 수치다. 한 달 사이에 계엄과 탄핵 가결이란 악재가 터졌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과 탄핵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2016년 12월 3일 박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자,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율은 10% 초반대로 급락했다. 새누리당 후신인 자유한국당은 대선을 앞두고 8%를 기록하기도 했다.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TK)과 보수층조차 자유한국당을 외면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계엄·탄핵 사태 이전보다 급락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권과 전문가들은 ‘이재명 효과’를 거론한다.

여권 관계자는 19일 “보수층도 (윤 대통령이 시도한) 계엄을 잘했다고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법리스크가 높고 입법독주를 하는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건 더 싫기 때문에 여당 지지로 결집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이날 “2016년처럼 여당 지지율이 급락하지 않고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건 ‘반 이재명 정서’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계엄에 반대하고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한동훈 효과’도 섞여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SNS를 통해 “계엄에는 반대하지만 ‘대통령 이재명’도 수용할 수 없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국민이 훨씬 많다”고 적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여론 흐름에 힘입어 계엄·탄핵 사태에 대한 사과보다는 ‘버티기’로 기울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깃발 주변에 뭉쳐있으면 내년 초중반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인 것.

2017년 5.9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면서 사실상 ‘승산 없는 선거’에 임하는 무기력한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보수층이 ‘이재명 효과’로 인해 국민의힘 중심으로 결집해 있는 만큼 내년 조기 대선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19일 “계엄은 분명 우리에게 국정농단보다 더 큰 악재임이 분명하지만, 2017년과 달리 지금은 ‘반 이재명 정서’로 인해 보수층이 결집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후보를 내세우는가에 따라 (조기 대선에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엄·탄핵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국민의힘이 보수층의 ‘반 이재명 정서’에 기대 반성과 자숙은 외면한 채 벌써부터 재집권 욕심을 앞세우는 데 대한 민심의 비판이 커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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