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여야정협의체…2016년 전철 밟나
민주당 제안에 국민의힘, 정국 주도권 뺏길라 ‘소극적’
지난 탄핵 때도 1차 회의 후 조기대선 국면에 흐지부지
당시 참여 의원 “어떻게 끝났는지 솔직히 기억도 안 나”
“솔직히 여야정협의체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정당들끼리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서 흐지부지 되지 않았나 싶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초반에 여야 정치권은 여야정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이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 국면이었던 데다 여당에서도 다수 의원들이 탄핵에 동조했던 터라 국정위기 수습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는 명분이 힘을 얻었다.
탄핵안 가결 3일 만에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모여 여야정협의체 운영에 합의했다. 국정공백이 조속히 메워지도록 국회가 공동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취한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새누리당의 분열상이 커지면서 여야정협의체도 유탄을 맞았다. 해를 넘겨 2017년 1월 첫 회의를 열었지만 그것뿐이었다.
당시 여야정협의체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20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어떻게 끝나는지 기억도 안 난다”면서 “조기대선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그냥 사라졌던 것 같다. 그냥 한번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끝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또 한번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위기를 맞았지만 이번 국회는 국정 공동책임은커녕 ‘보여주기’조차 못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가결 직후 민주당이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촉구한 데 이어 1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을 만나서도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촉구했지만 화답은 없었다.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태에서도 여전히 여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은 매력적이지 않다. 안 그래도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에게 국회에 이어 국정운영마저 주도권을 내어주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겉으로는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인 척하지만 곧 조기 대선 국면으로 갈 수 있는 상황에서 국정 운영의 공동책임을 지는 데 딱히 매달릴 이유는 없다.
결국 답답한 것은 정부뿐이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하루라도 빨리 여야정협의체가 구성돼 그 안에서 많은 부분이 논의되면 지금 갖고 있는 갈등이 많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갈등 요소가 있고 조금 더 논의를 해야 될 필요가 있을 때일수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될 필요성은 좀 더 커진 것 아니냐”며 여야정협의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