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시험 유출’ 자매 유죄 확정
교무부장 아버지가 딸들에게 시험 답안 유출
2심, 각 징역 1년·집유 3년 … 대법, 상고 기각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자매가 기소된 지 약 5년 반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4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자매의 상고심에서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 자매는 숙명여고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7년 2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 이 학교 교무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아버지 C씨로부터 시험지와 답안지를 시험 전에 미리 받는 등 숙명여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 2019년 7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지난 2020년 8월 A씨 자매가 아버지와 공모해 위계로써 숙명여고의 학업성적 관리 업무를 방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이들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1심은 “범행 당시 만 15~16세였고, 소년법이 정한 소년으로 인격 형성 과정에 있다. 아버지가 무거운 징역형이 확정됐고, A씨 등도 숙명여고에서 퇴학 처분됐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역시 자매가 아버지로부터 사전에 시험 정답을 미리 받아 성적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판단했다.
시험지에 미리 적힌 소위 ‘깨알정답’,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힌 정답 등이 모두 유죄 근거로 사용됐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자매가 서로 공범이 아니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1심보다 다소 낮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아버지로부터 정답을 유출 받아 1년 동안 5회에 걸쳐 부당 시험을 봤다”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학생들에게 직접 피해를 줬고, 공교육 등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A씨 자매 측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피고인 측이 주장한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 공소사실 특정 여부 등이 쟁점이다. 자매의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집행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와 자매가 유출된 답안을 이용해 시험에 응시했단 사실이 증명됐는지도 쟁점이다.
대법원은 양측의 상고를 기각해 A씨 자매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절차가 위법하므로,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나 이에 기초하여 수집한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 또는 그 2차적 증거로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만으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원심의 잘못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1심의 국민참여재판 관련 소송절차에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에 대해 “피고인들이 단독판사 관할사건인 이 사건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린 이후에야 비로소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통상의 공판절차로 진행한 제1심 소송절차에 위법이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원심판결 이유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이 아니므로, 제1심이 재정결정부에 기록을 회부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결정의 이유를 명시하지 않고 그대로 통상의 공판절차로 진행한 소송절차에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머지 상고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압수·수색 처분을 받는 자인 경우, 미성년자가 의사능력이 있는 한 그 미성년자에게 영장제시 및 참여권 보장이 되어야 하고, 친권자에 대한 영장제시나 참여권 보장으로 이를 갈음할 수 없음을 최초로 판시했다”고 의미 부여했다.
이어 “아울러 수사기관의 지시·요청에 따라 사인(私人)이 자기 외 제3자의 물건을 가지고 가서 제출했다면 이러한 사인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으로 평가하여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의 규율 아래 두어야 한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 자매는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직후인 2018년 10월 퇴학 처분을 받았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C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으며, 현재는 복역을 마치고 출소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