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20년, 새로운 도전과 희망 5

우수 탐구 보고서 발표 대회

2024-12-26 13:00:16 게재

고교생연구팀, FTA 체결과 열대과일 수입량 변화 분석

6개 고교 연구과제 온라인 발표, 경기 보정고 1등 … 심사단 “청소년이 한국 농업에 관심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최하고 내일교육과 내일신문이 진행한 교육 프로그램 ‘FTA, 학교로 가다 3.0’의 우수 탐구 보고서 발표 대회가 23일 열렸다. 수업에 참가한 15개교 중 학교별 심사와 최종 심사를 통과한 6개교가 온라인 화상 회의로 발표를 마쳤다.

이날 심사에서 ‘국민 소득과 한국-아세안 FTA 체결이 열대 과일 수입량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 경기 보정고가 1등을 차지했다.

8월부터 ‘FTA, 학교를 가다 3.0’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날 4개월간 연구한 탐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국 15개교에서 세차례에 거쳐 참여 학생에게 FTA 데이터 활용 통계 및 연구 방법론을 가르친 후 팀을 구성해 만든 탐구 보고서의 경연이었다.

올해 3회째인 이 프로그램은 몇가지 변화를 맞았다. 교수진이 수업을 담당했던 지난해와 달리 1회차에 FTA에 대한 이해와 데이터 활용에 관한 사전 워크숍을 마친 지도 교사가 먼저 수업한 다음 한국농업경제학회 교수진이 2회차 수업을 맡아 보다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졌다. 교수진은 우리나라 농업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데이터를 선정하기 위해 올 6월부터 기획에 힘을 쏟았다.

발표 대회에 진출한 최종 6개 팀은 경기 경민고, 경기 교하고, 충북 보은고, 충남 온양여고, 경기 보정고, 경기 양평고다. 심사위원으로는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 이현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총괄지원팀 전문연구원, 순병민 충남대 교수, 김미선 서울 청원고 교사, 표희수 내일교육 본부장이 참여했다.

발표 대회에 오른 6팀은 ‘칠레와 노르웨이 FTA 체결에 따른 연어 수입량 추세’(경기 경민고) ‘지구 연평균 기온 상승으로 인한 국내 망고 재배와 FTA 체결 이후 시장 변화 상관관계’(경기 교하고) ‘고령화에 따른 혈압 측정기 수입량 변화’(경기 양평고) 등 다양한 이슈를 주제로 선정했다.

이들은 데이터를 활용한 회귀분석(관찰된 연속형 변수들에 대해 모형을 구한 뒤 적합도를 측정해 내는 분석 방법)을 통해 FTA 체결과 관련한 다양한 변수가 국내 시장과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23일 내일신문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 고교 우수 탐구보고서 발표대회에서 심사하고 있는 평가위원들. 사진 민원기

◆FTA와 열대 과일 수입량 상관관계 탐구한 보정고 = 1등을 차지한 경기 보정고의 탐구 주제는 ‘국민 소득과 한-아세안 FTA 체결이 열대 과일 수입량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이들은 먼저 ‘1인당 실질 국민 소득과 한-아세안 FTA 체결 여부가 열대 과일 수입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회귀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에 사용할 열대 과일은 망고 파인애플 바나나로 선정했다. 하지만 분석 결과값이 예측과 다르게 나오자 원인을 파악한 다음 수요의 가격 탄력성(가격에 따른 수요량 변화)과 소득 탄력성(소득에 따른 수요량 변화)을 도입해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고가인 망고는 소비자의 소득이 증가하면 수요가 증가하는 소득 탄력성이 높지만 가격이 변해도 수요엔 큰 변화가 없어 가격 탄력성은 낮았다. 저가 과일인 파인애플과 바나나는 그와 반대였다. 이어 ‘열대 과일 수입량이 국산 6대 과일 소비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두번째 가설 역시 회귀 분석 결과 유의미한 결과값을 얻을 수 있었다.

전한영 농식품부 대변인은 현재 우리나라 농업이 처한 현실을 주제에 잘 반영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전 대변인은 “국민 소득의 변화가 식생활에 끼치는 영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탐구였다”며 “특히 망고와 파인애플·바나나의 가격 탄력성 차이를 짚은 부분이 신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농산물이 저가 수입 농산물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결국 고품질 및 고가 정책으로 나아가야 하고 정책을 제언하는 데까지 나아간 점이 훌륭했다”고 말했다.

학생지도를 맡은 김규희 보정고 경제 교사는 “결과를 단순히 숫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수요의 가격 탄력성과 소득 탄력성을 활용해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해 학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3일 발표대회에서 안소민 보정고 학생이 온라인으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민원기

◆온양여고와 보은고, 데이터 분석을 넘어 시사점 도출 = 2위는 ‘중국, 한국 FTA 체결이 한국 농업 법인 매출액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충남 온양여고가 차지했다. 이들은 단순 분석에 그치지 않고 결과를 재검토해 국내 농업 법인이 앞으로 품질과 신선도를 강조하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중국 수입 농산물에 대처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이끌어냈다.

충북 보은고는 ‘이상기후가 농가 소득과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3위에 올랐다. 보은고 연구팀은 ‘이상기후는 배추 생산자 소득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세우고 기온, 강수량, 수입액을 변수로 설정해 회귀 분석을 했다. 1차 결과값 도출 이후에는 가설을 재설정해 ‘이상기온은 배추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최종 결과값을 얻었다.

순병민 충남대 교수는 “다양한 변수를 통해 연구한 노력을 높이 산다”며 “배추가 소비자 물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만 회귀 분석을 통해 다양한 변수를 써서 뭔가를 찾으려고 했던 노력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전한영 대변인은 “FTA에 대한 많은 학생의 관심과 충실하게 배우고 심도 있는 탐구 활동이 인상 깊었다. 이번 프로그램이 청소년이 대한민국 농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

제작 지원 : 2024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