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SK케미칼<가습기 살균제> 유죄 일부 파기

2024-12-26 13:00:19 게재

1심 무죄→2심 금고 4년 … 대법, 파기환송 “일부무죄”

인체에 유해한 원료로 만들어진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견산업 전 대표이사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대법원이 일부무죄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오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들은 2002~2011년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하면서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98명의 사망 또는 상해를 초래한 혐의로 2019년 2월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11년 4~5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출산 전후 산모 8명이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입원한 뒤 4명이 숨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에 따르면 올해 11월 30일 기준 피해 지원 신청·접수자는 7977명으로, 이 중 1883명이 사망했다. 앞서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는 2018년 1월 같은 혐의로 징역 6년이 확정된 바 있다.

1심은 CMIT·MIT와 피해자들의 질환 사이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2심은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홍·안 전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함께 기소된 9명은 금고 금고 2~3년을 선고받았고, 2명은 금고 2년~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2심은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것은 제조·판매업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일부 잘못이 있다며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의 주원료는 PHMG 등이고, A살균제·B살균제의 주원료는 CMIT/MIT로, 그 주원료의 성분, 체내분해성, 대사물질 등이 전혀 다르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활용하거나 응용하여 개발·출시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들과 관련사건 피고인들 사이의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에 관한 공동인식 내지 묵시적 의사연락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원심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들과 관련사건 피고인들 사이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하였고, 이를 전제로 공소시효 완성에 관한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위반과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복합사용 피해자들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만 파기사유가 존재하나, 단독사용 피해자들에 대한 부분도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한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