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기계설비조합 이사장 선임 갈등
단수추천 후보 운영위 부결 후보자 “가처분낼 것” 반발 탄핵사태에 장기 공석 우려
불법계엄과 탄핵 사태로 정부의 인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선출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와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등에 따르면 조합 운영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사장 후보로 단수 추천된 김종서 현 이사장 직무대행의 선출안을 부결시켰다. 김 직무대행이 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탄핵사태에 따라 이사장 선임이 늦어져 장기 공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 직무대행은 운영위 결과에 반발하며 “국토부가 특정 인사를 이사장에 앉히기 위해 운영위를 동원해 단수 추천된 후보의 최종 선출을 부결시켰다”며 “운영위 부결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합 임원추천위원회는 11월27일 회의를 열고 추천된 3명의 후보 중 김 직무대행을 단수 추천했다. 추천된 김 후보자는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승인을 거치면 이사장에 임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운영위에서 김 직무대행이 부적격하다며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정책국장이 20명의 운영위원 중 당연직 위원을 역임하고 있고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조합의 정관 등을 승인하는 지위에 있다. 그만큼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국토부의 입김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운영위원 20명 중 과반 이상이 찬성해 이사장 선임을 의결할 수 있는데 이날 17명이 참석했고 찬성이 11명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다시 임원추천위를 구성해 이사장 후보 선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조합 안팎에서는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국토부 실장 출신 A씨가 단수 추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 공공기관장 등 핵심 보직 인사가 일시 정지된 가운데 국토부가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선임 절차를 강행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건설산업기본법 제54조에 따라 보증 융자 및 공제사업 등을 통해 조합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 기계설비공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1996년 5월에 설립된 공제 조합이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처럼 국토부가 인사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합은 건설공제조합과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있다. 이곳은 건설사 보증료 등으로 운영되는 건설업 공제조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사장 후보로 추천된 현 직무대행은 규정에 따라 결격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운영위원회에서 다수의 의견으로 선임을 부결시킨 것”이라며 “절차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했으며 국토부가 별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