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2024년 ‘신 오적’ 청산의 필요성
1905년 일제의 을사늑약에 서명해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 5명을 을사오적이란 부른다. 1970년 박정희 독재시절 시인 김지하는 시 ‘오적’을 통해 독재에 빌붙어 호사를 누린 5적(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풍자했다.
100년 전 나라를 팔고 50년 전 군부독재에 부역한 5적이 2024년에는 없을까.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부추겨 집권한 뒤 출세와 재물이란 전리품을 나눴지만 윤 대통령이 저지른 내란사태에는 ‘나 몰라라’하는 이들은 역사 속 5적과 무엇이 다른가.
2021년 검복을 벗은 윤 대통령 주변에는 전현직 국회의원 관료 장성 언론인, 그리고 재벌이 잔뜩 꼬였다. ‘신 5적’으로 부를만한 그들은 윤 대통령이 보수 출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장본인이지만 집권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용병’으로 채용해 힘을 실어줬다. 현직들은 신분을 감추고 은밀히 도왔고, 전직들은 캠프에 이름을 올리고 정권탈환에 앞장섰다. 재벌들은 지원사격을 맡았다. 그들은 훗날 챙길 전리품 욕심만 앞설 뿐 윤석열이란 용병에게 나라를 맡겨도 되는지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그들의 도박은 일단 성공했다. ‘용병’이 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자신을 도운 신 5적과 화끈하게 전리품을 나눴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관료, 장성, 언론인은 대통령실과 내각, 공공기관에 한자리씩 차지했다. 현직은 고속승진의 특혜를 누렸다. 현직 국회의원은 ‘윤핵관’ ‘친윤’이란 훈장을 달고 실세놀음을 즐겼다. 윤 대통령과 폭탄주로 교류한 일부 재벌 회장들도 음으로 양으로 수혜를 입었을 것이다.
신 5적은 이제 ‘책임의 시간’을 맞았다. 신 5적이 ‘용병’으로 채용한 윤 대통령이 12.3 내란사태의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사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면 그를 부추겨 정권을 잡고 전리품을 나눈 신 5적도 사법적·정치적·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48명이 유죄를 받았다. 국기를 뒤흔든 국정농단을 저질렀지만 오직 48명만 법적 책임을 졌다. 그나마 상당수는 윤석열정권에서 완벽하게 부활해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냐”고 큰소리 쳤다. 이승만정권이 친일파 청산을 방해하는 바람에 광복 이후에도 친일파가 득세했던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정권에 부역한 신 5적을 반드시 단죄돼야 한다. 엄중하게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역사가 되풀이되니 신 5적은 벌써 다음 정권 만들 생각에 분주하다. 유력 대선주자에 줄대기 바쁘다. 노골적으로 내란세력을 옹호하는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 제2의 반민특위를 만들어서라도 신 5적에 대한 사법적·정치적·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엄경용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