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푸른 뱀의 해
온난화로 변하는 뱀 분포, 새 보건 문제 우려도
저소득 국가일수록 위험 가능성 … 뱀은 생태계 구조와 기능에 핵심 역할, 비바리뱀 등 보호 시급
2025년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이 머지 않았다. 뱀은 생김새와 달리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뱀은 의료와 치료의 의미로 등장했다. 의료와 치료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 뱀이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뱀은 허물을 벗는 특성 때문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요즘에야 뱀을 보는 게 어렵지, 1960년대만 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초가지붕과 돌담은 구렁이의 은신처이자 취식지였다. 사람들도 쥐를 잡아먹는 구렁이를 멀리하기보다는 오히려 집안의 재물을 지켜 주며 복을 가져다준다고 신성시했다.
하지만 개발이 가속화하면서 뱀은 점차 자취를 감췄고 기후변화 영향으로 뱀은 서식지를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생태계 변화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뱀 서식지 변화로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공중보건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국제 학술지 ‘란셋 지구 건강(The Lancet Planetary Health)’의 논문 ‘기후변화로 인한 독사의 분포 범위 변화: 공중보건과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예측 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독사 종 분포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여러 저소득 국가들에서 새로운 공중보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연구는 독일 통합생물다양성연구센터 연구진과 브라질 세르지페 연방대학교 통합생물다양성연구소 연구진 등 독성학 생태학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 범주 1, 2에 해당하는 독사 251종 중 209종을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독사 종을 의료적 중요도에 따라 범주 1, 2 등으로 나눈다. 범주 1에 속하는 독사는 109종으로 공중보건에 가장 큰 위험을 주는 종이다. 범주 2는 의료적으로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독사 종에 해당한다.
또한 전세계의 생물다양성 자료를 공유하는 ‘세계 생물다양성 정보 기구(Global Biodiversity Information Facility)’의 독사 분포 자료와 △종 분포 모델링의 일종인 맥센트(Maxent) △3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RCP2.6-SSP1 RCP4.5-SSP2 RCP8.5-SSP5)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전지구 기후모델 5가지(MIROC HadGEM MPI MRI BCC) 등을 활용해 2070년 독사 종들의 잠재적 서식지 손실 등을 추정했다.
그 결과, 2070년까지 독사 종 대부분이 서식지 손실을 겪는 건 물론 공중보건에 고위험인 종들의 서식 적합 지역이 확대될 수 있는 걸로 분석됐다. 아마존 지역과 남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종 손실이 예상됐다. 이웃 국가에서 새로운 독사 종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중국 미얀마 네팔 등으로 추산됐다. 또한 방글라데시 인도 태국 케냐 등의 국가들의 농업 지역에서 독사 종 개체 수 증가가 전망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미래 기후변화가 독사 종 분포는 물론 생물다양성과 공중 보건에 미치는 잠재적인 연쇄 효과를 추정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기후변화로 미래 뱀물림 취약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특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여러 저소득 국가에서 새로운 공중보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제 사회는 향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뱀에 물려 사망하는 수는 8만1000~13만8000명으로 추산된다. 또한 약 40만명이 영구장애를 겪는 걸로 추정된다.
물론 이 연구가 전체 상황을 대표하는 건 아니다. 또한 연구 설계 시 먹이 가용성이나 포식자 분포 등과 같은 생물학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고, 종간 경쟁이나 분산 능력 한계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산림파괴나 자연재해 등 예측불가능한 요인의 영향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 연구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변화와 인간 보건 문제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 동물 생태계 사이의 연계를 통하여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학제적 협력 전략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뱀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생물이다. 파충류 중에서 뱀은 포식자의 주요 계통이며 생태계 구조와 기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구렁이 복원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립공원공단은 2009년부터 멸종위기 토종 파충류 증식복원사업을 추진해 구렁이 25마리를 증식하는데 성공한 뒤 2010년 6마리를 방사했다.
27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는 “2019년 국립공원공단에서 구렁이 5개체를 이관 받은 뒤 2022년에 추적기를 달아 방사한 뒤 복원 사업은 진행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7일 환경부 관계자는 “구렁이 인공증식 복원은 하지 않고 있다”며 “증식 기술 개발은 다했고 구렁이 개체 수 역시 인공적으로 증식해서 방사할 정도로 적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는 “2020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비바리뱀에 대한 중점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비바리뱀은 제주도에만 살고 있는 종인데다 기초적인 정보가 부족해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