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두달 연속 인하했지만 경제 파급효과 미흡

2024-12-30 13:00:07 게재

한국은행, 1년10개월 만에 최장·최고 기준금리서 전환

은행 대출금리 되려 올라…실물경제 살리기엔 역부족

2024년 통화정책 결산

물가오름세 잡은 건 성과

한국은행이 올해 연말 두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기에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역대 가장 길고 가장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물가는 안정화시켰지만,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와 소비심리 약화 등이 이어졌다. 고금리 장기화에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가 이어진 점도 통화정책의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에서 3.25%로 인하했다. 지난해 1월 금리를 올린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한은이 3.50% 수준의 기준금리를 2년 가까이 유지한 것은 물가안정을 타깃으로 한 지금의 통화정책을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당시 기준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물가안정과 거시경제 성장세의 불확실성을 들었다. 특히 내수회복세가 더디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은은 11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p 내려 3.00%까지 인하했다. 인하의 주된 이유는 성장세의 급속한 약화이다. 한은은 11월 금통위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4%에서 2.2%로 하향했고, 2025년 성장률도 2.1%에서 1.9%로 낮춰 잡았다. 한은이 최근 공개한 1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금통위원은 향후 성장세가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보고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배경에는 금리를 내려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을 낮추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제 전반에 활력을 주려는 목적에서다. 일반적인 통화정책이론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경제성장에도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면 실질GDP는 0.07%p 추가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의 두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당장 파급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 결정이후 실물경제에 파급을 주기까지는 2~3분기 정도의 시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각종 지표상 최악의 상황이어서 금리인하 효과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지는 국내 정치리스크가 확산되면서 소비와 기업 체감경기가 급락하고, 외환시장에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통화정책 약발은 미미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에도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한은도 정부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성장률을 애초 1.9%로 예상했는데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0.06%p 가량 긴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방압력이 커진 만큼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정도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추경 편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정치권과 국채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는 한은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세차례 연속 내려 완화적 통화정책을 더 빨리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한은 통화정책방향은 1월 16일 열리는 첫 금통위 결정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한은은 25일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이례적으로 “경제상황 변화에 맞춰 추가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두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계와 기업이 당장 느끼는 체감 이자율은 예상만큼 빠르게 내려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지난달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가 4.76%로 10월(4.67%)에 이어 두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수신금리(3.35%)가 내림세로 전환한 데 비해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한 셈이다. 금융당국의 주담대 대출 규제 강화 등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은행연합회가 30일 공시한 은행권 예대금리차 비교에서도 지난달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1.00~1.27%p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가 모두 1.0%p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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