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기범죄로 늘어난 가산세, 구제 방법 없나
사기범죄로 늘어난 가산세, 구제 방법 없나 납세자가 세법에 따라 납부해야 할 세액을 신고하지 않거나 납부기한까지 납부하지 않을 경우, 가산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가산세란 세법이 규정하는 의무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산출된 세액에 더해 징수하는 금액이다. 납세자의 고의·과실에 관계없이 세법상 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해 부과하는 행정상의 제재인것이다. 이러한 제재는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의 공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세법은 위와 같이 가산세 제도를 두는 것과 동시에 납세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에 관해 법원은 “납세의무자가 그 의무를 알지 못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어서 그를 정당시할 수 있는 사정이 있을 때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을 그 당사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는 사정이 있을 때” 등 그 의무를 게을리한 점을 탓할 수 없는 경우라고 본다.
가산세 증가에 국가도 일부 책임
양도소득세 신고·납부를 위해 세무사에게 신고 대행 수수료를 포함한 세액 상당의 금액을 지급했으나, 세무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가산세는 어떻게 될까.
가산세는 납세자의 고의나 과실과 무관하게 부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납세자가 이미 양도소득세를 신고하고 납부까지 마쳤다고 믿고 있었다면, 몇 년 후 무신고 가산세(20%)와 납부지연가산세(0.022%/일)로 인해 불어난 세금을 다시 납부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 경우, 납세자가 정당한 사유를 인정받아 가산세를 면제받을 가능성은 있을까.
최근 경기도 일대 신도시 조성을 위한 토지 수용 과정에서, 수용보상금을 받은 토지 소유자들에게 접근해 양도소득세액을 착복한 세무사의 사건이 있었다. 세무사가 양도세를 절약해주겠다는 말로 신뢰를 얻어 세금 대납까지 약속하며 수표를 받아갔다. 그러나 몇 년 후 세무서에서 세금이 신고되거나 납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신고기한이 훨씬 지난 뒤 부과된 무신고 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로 인해 세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토지 소유자들은 본인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세금을 국가에 납부한 적이 없으므로 양도소득세 본세를 다시 내야 하는 상황이다. 신고기한이 지난 뒤에도 세무서에서 부과처분을 내리지 않아 납세자들이 무신고·무납부 상태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점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세무서는 제척기간(5년) 내에 부동산등기부를 확인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산세가 늘어난 데에는 국가의 책임도 일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과 과세관청은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인지에 관해 개별 세법에 따른 신고·납부기한을 기준으로 납세자의 특수한 사정이 존재하는지를 기초로 판단한다. 단순히 법령을 몰랐거나 조사공무원의 말을 믿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고 기간 이후에야 종업원의 횡령 사실을 알게 된 경우처럼 납세의무를 알 수 없었던 사례 △오피스텔이 면세대상 주택인지 여부에 대한 해석이 엇갈렸던 사례 등 납세의무 자체가 명확하지 않았던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 가산세를 감면하기도 한다.
가산세 면할 정당한 사유 인정돼야
특히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토지 소유자들이 사기범죄의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세무사를 사기죄로 고소해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납부 조로 건넨 금액은 이미 빼돌려져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도소득세 본세는 국가에 다시 납부해야 하겠지만, 전문 자격사인 세무대리인에게 세금 납부를 위해 벌어진 일이라면 납세자들에게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가 인정돼야 하지 않을까. 경기 불황 속에서 소상공인을 배려하고 재난 피해자를 구제해 온 과세관청이 이번에는 범죄 피해자들에게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주승연
법무법인 와이케이 기업총괄부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