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투성이 제주항공기 추락, 원인규명 길어져 혼란 가중

2024-12-30 13:00:14 게재

‘블랙박스’ 일부 손상, 음성장치 우선 분석

조류충돌, 랜딩기어 미작동 등 의견만 분분

새해를 사흘 앞둔 29일 오전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 추락사고는 탑승인원 181명 가운데 객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이 모두 숨지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정부는 이날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를 긴급 설치하고 인명구조와 사고수습 활동을 벌였지만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사고 브리핑 통해 무안공항 사고현장에서 사망자 179명을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사고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객실승무원 4명 및 조종사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기는 29일 오전 8시 57분께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조류활동(충돌) 경고를 받고 8시 59분께 메이데이(조난신호)를 보낸 뒤 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복행(go around)를 진행했다. 이후 사고기는 활주로를 한 바퀴 돌아 당초 착륙하려던 01활주로 방향의 반대쪽으로 진입하는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어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줬고, 조종사가 이를 받아들이고 다시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서 외벽에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고기는 새와 충돌하면서 엔진에 이상이 생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국토부는 “통상적으로 엔진 이상이 랜딩기어 고장과 연동되는 경우는 없다”며 “랜딩기어가 고장나도 착륙 시에는 자동으로 펴지거나,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조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안공항은 길이 2800m, 너비 45m의 활주로 1본이 설치된 공항으로 항공기는 통상 01활주로 방향으로 착륙한다.

국토부는 ‘짧은 활주로’가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사고 기종인 B737-800은 1500~1600m의 활주로에도 충분히 착륙할 수 있고 다른 항공기도 문제없이 운행해 왔기에 활주로 길이를 사고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으로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조류 충돌이 비행기의 엔진, 유압장치의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김규왕 한서대 비행교육원장은 “갈매기 등 새들이 엔진으로 들어가면 엔진도 망가지고, 거기에 연결된 유압시스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유압 시스템이 이착륙할 때 랜딩기어를 올리고 내리는데 그 부분이 망가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조류 충돌로 한쪽 엔진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엔진으로 동력을 공급받아 랜딩기어가 작동할 수 있어 모든 엔진의 결함 가능성을 지적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뒤쪽 랜딩 기어들도 다 내려오지 않아 동체로 내려온 것”이라며 “동체 착륙을 하면 날개 등으로 항력을 더 키워 속도를 줄여야 했는데 영상으로는 그런 것이 잘 안 보인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했다. 무안=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일부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에 따른 한쪽 엔진 고장만으로는 이러한 대형참사가 벌어지기 어렵다며 사고 원인이 조류 충돌인지, 기체 결함인지, 정비 불량인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원인은 분석해봐야 알겠지만 애초에 랜딩기어 3개가 모두 안 나온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조류 충돌만으로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기체결함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오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도 “조류 충돌과 같은 물리적 충격으로 한쪽 엔진 유압펌프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다른 엔진으로부터 랜딩기어에 동력이 공급된다”며 “이도 안되면 축압기라는 장치도 있는데 이 3가지가 모두 고장이 났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기의 2가지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정실음성기록장치(CVR)의 수거를 마쳤다고 밝혔다.

다만 FDR의 외형이 일부 손상된 채 수거된 것으로 확인돼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 장치가 온전할 경우 해독 작업에는 일주일 안에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조사를 맡겨야 할 수도 있어 해독작업에만 6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음성장치를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밝히는 작업이 우선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과거사례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국적 항공사 인명 사고인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2명 사망, 181명 부상)의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는 11개월이 걸렸다.

국토부 관계자는“여객기 사고의 조사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기체가 외국에서 제작된 데다 기체 문제와 조종 절차, 외부 요인 등 복합적 상황을 조사해야 해 장시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김선철 기자 sckim@naeil.com

김선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