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충돌·기체결함' 사고조사 막막

2024-12-30 13:00:25 게재

181명중 179명 사망, 대형 참사

블랙박스 분석 상당시간 걸려

무안에 특별재난지역 선포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도중 공항 활주로 외벽과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승무원 2명을 뺀 17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정부는 사고 발생지역인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고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국은 블랙박스 등을 수거해 분석에 나섰지만 사고 원인을 찾는 데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30일 정부와 제주항공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의한 엔진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조류충돌로 인한 사고가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조류충돌 사고는 10건이다. 그동안 조류충돌로 인한 대형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때문에 조류충돌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이유로 대형참사가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항공의 기체결함 문제도 제기됐다. 착륙장치인 랜딩기어가 제때 작동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동체착륙을 한 점이다. 랜딩기어를 작동시키는 유압장치가 고장날 경우 문(해치)을 개방해 중력으로 기어를 내릴 수 있는 수동전환 방법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동전환을 할 고도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긴박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30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도 이륙 직후 랜딩기어 이상이 발견돼 긴급 회항하기도 했다.

항공기가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끝 외벽에 부딪히면서 폭발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활주로 끝에는 제동기능의 외벽을 설치하는데 충돌 시 무너져 내리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안공항 활주로 외벽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충돌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남게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0일 오전 9시 현재 이번 참사로 희생된 승객과 승무원 179명의 시신이 모두 수습됐다.

희생자 가운데 남성이 84명, 여성이 85명이다. 정확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10명이다. 사고 항공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

현장사고수습본부 등은 수습된 시신을 유가족에게 인도하기 위해 경찰의 검시와 검안의의 사체 검안 등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만 희생자가 많은데다 일부 희생자의 신원 확인이 늦어지면서 구체적인 장례 절차는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수거된 블랙박스를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해 확인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여객기 사고의 조사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기체가 외국에서 제작된 데다 기체 문제와 조종 절차, 외부 요인 등 복합적 상황을 조사해야 해 장시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항공 측은 29일 오후 무안공항에서 브리핑을 열어 “무리한 운항은 없었다. 계획된 일정에 맞춰 항공기 정비 등을 철저히 하고 있고 출발 전후 꼼꼼하게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회항은 안전 운항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며 “탑승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선철·김성배·김신일·방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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