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독립성·전문성 우수기업 ‘지정감사 3년 유예’

2024-12-31 13:00:01 게재

당국, 회계·감사 지배구조 평가기준 발표

감사위원회 설치 상장기업 749곳 대상

시뮬레이션 결과 대상 중 5~10% 가능

‘감사 지원조직 실효성’ 평가 배점 높아

감사 독립성과 전문성 등 회계·감사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대해 금융당국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을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주기적 지정제는 회계개혁의 중요한 한축으로,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스스로 선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당국이 일정기간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감사독립성 강화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주기적 지정제를 전체 상장기업에 일률 적용하는 것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기업과 회계업계의 의견을 수렴, 일정 평가기준 이상의 회계·감사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에 대해서는 3년간 지정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주기적 지정제 적용에 예외를 둔 것으로 자칫 회계개혁의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상장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더라도 감사독립성 등이 훼손되지 않을 만큼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에 한해서만 가능하도록 제한적 허용 기준을 마련했다.

3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대한 주기적 지정 유예방안’을 발표했다.

주기적 지정제는 외부감사인을 6년간 자유선임한 기업에 3년간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것인데, 우수기업으로 평가·선정되면 외부감사인 자유선임 기간이 9년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우수기업을 선정하는 평가기준은 5대 분야, 17개 항목으로 전체 1000점 중 800점 이상을 받으면 된다.

신청대상은 상장회사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신외부감사법이 시행된 2018년 이후 1년 이상 지정감사를 받은 경우로 최근 3년 내 결격 사유(횡령·배임, 외부감사법·자본시장법 위반)가 발생하지 않은 회사다.

신청이 가능한 749개사의 공시자료 등을 토대로 금융당국이 평가기준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벌인 결과 5~10% 가량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태현수 금융위 회계제도팀장은 “35~40곳은 점수가 높게 나와 무난하게 유예 대상이 될 것 같고, 최대로 보면 노력 여하에 따라 80곳 정도가 기준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확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5가지 평가분야는 △감사기능 독립성(배점 300점) △감사기구 전문성(200점) △감사조직 실효성(250점) △감사인 선임절차 투명성(150점) △회계투명성 제고 노력(100점)이다.

감사기능 독립성 중 감사위원을 1인 분리선출하면 100점, 2인 이상이면 200점으로 가장 배점이 높다. 감사위원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면 50점을 받는다. 2023년 기준 감사위원 1인을 분리선출하는 회사는 192개사, 2인 이상은 8개사로 나타났으며, KOSPI 200 기준 감사위원이 전원 사외이사인 기업 비중은 97.1%다. 감사기구 전문성과 관련해서는 감사위원장의 회계전문성이 100점, 회계·재무전문가 규모 50점, 회계전문성 확보 여부 50점이다.

감사 지원조직의 실효성은 250점으로 배점이 두 번째 높은 분야다. 감사위원회의 지원조직 평가·임면 동의권한이 있으면 80점, 감사 전담지원조직 규모 50점, 전담지원조직 전문성(회계전문가 규모) 40점 등이다. 감사인 선임절차 투명성은 감사인 선임·공모절차 투명성이 100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태 팀장은 “기업들이 5대 평가분야에서 특정 항목에만 기준을 총족한 게 아니라 기업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각각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면 회계·감사 지배구조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기업들은 모든 평가분야에서 노력 여하에 따라 지정 유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 중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평가기준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내년 6~7월 중 지정 유예를 원하는 기업의 신청을 받아 내년 3분기 중 평가위원회 평가와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유예대상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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