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보험료 인상’ 가계 짓누른다
실손·자동차 줄줄이 올라
생명보험 해약 155조원
연초부터 보험료가 줄줄이 오르면서 가계를 짓누를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새해에는 실손의료보험 보험료가 최대 20%까지 증가한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등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은 2025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평균 7.5%로 잡았다. 이는 2024년 8.9% 보다는 인상폭이 줄었지만 부담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2025년 소비자물가지수는 2.0%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손보험료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자동차보험 인상률도 부담이다. 그동안 자동차보험료는 감소했지만 2024년 11월까지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예년을 뛰어 넘었다. 보험사들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모습이다. 보험료가 물가상승의 지렛대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실손보험료 최대 20% 인상 =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보험사와 가입시기, 갱신주기, 계약자의 나이 성별 등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가입시기에 따른 차이가 극명하다.
1세대(2009년 9월까지 판매)는 평균 2%,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는 6%로 평균 인상률보다 낮다. 하지만 3세대(2017년 4월~2021년 6월)와 4세대(2021년 7월 이후) 등 뒤늦게 실손보험에 가입한 경우 부담은 매우 커졌다. 3세대 인상률은 평균 20%이고, 4세대는 평균 13%이다.
4인 가족이 3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해 1인당 월 10만원씩 보험료를 내고 있었다면 새해에는 연 100만원에 가까운 보험료 지출이 늘어난다. 1세대 상품의 경우 갱신 주기가 3~5년, 2세대 상품은 1~3년이다. 3·4세대 상품은 매년 갱신한다. 매년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 요인으로 일부 의료기관의 비급여 항목 과잉진료를 꼽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대형 손해보험사 지난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18.5%다. 이중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6%에 달한다. 지급 보험금 60%가 비급여 항목에 집중돼 있다.
손해율이 100% 이상이라는 것은 보험사들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서는 실손보험 손해율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중과부적이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도수치료와 백내장수술, 비급여주사, 줄기세포 등 특정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하면 다른 비급여항목으로 보험금청구가 들어온다”며 “비급여항목에 대한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해보험사들이 취급하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지난해 11월 이미 손익분기인 80%를 넘어섰다. 7개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1~11월 누적 손해율은 82.9%에 달했다. 특히 11월 한달에만 월별 손해율 92.7%를 기록했다.
◆생명보험 계약 순감소 = 장기 보험도 심상치 않다. 2024년 1월부터 9월까지 22개 생명보험사의 보유 계약은 1.2% 순감소했다. 이는 보험사들이 1000개의 신규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기존 계약이 1012개씩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약도 늘고 있다. 해약은 보험료를 낼 여력이 안돼 환급금을 받고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말한다. 또 효력상실은 계약자가 2달 이상 보험금을 내지 못할 경우 보험계약을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생명보험사의 효력상실 및 해약 계약이 많다는 것은 가계의 보험료 지출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효력상실 또는 해약된 계약은 522만880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까지 누적 신계약의 42.6%(건수 대비)에 달한다. 이중 계약을 다시 살린 부활계약은 9만5897건에 불과했다.
효력상실 또는 해약된 계약은 금액으로 155조원에 달한다. 건당 평균 2967만원꼴이다. 여기에 해약환금금만 40조원을 넘어선다. 효력상실로 인한 환급금 역시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보험약관 대출 이용자수는 전년 동기(67만명)보다 크게 늘어난 88만명이다. 보험약관대출은 가입한 보험을 담보도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이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불황형 대출 중 하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손해율이 심한 실손보험의 개편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터라 보험료를 억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일부 보험사들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수년간 지속해오던 배당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