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자본시장 결산 2

코스피,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 하락…시총 255조원 증발

2024-12-31 13:00:01 게재

블랙먼데이 이후 미 대선·비상계엄 등 잇단 악재로 추락 지속

외국인 최근 5개월간 22조원 순매도…개인도 미 증시로 이탈

2024년 마지막 거래일 코스피 지수는 새해 첫 거래일 종가 대비 10.1% 하락한 가운데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은 22.8% 급락했다. 코스피의 경우 7월부터 6개월 연속 지수가 떨어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8월 글로벌 블랙먼데이에 급락한 이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트럼프 포비아’ 휘청거리다 12.3 내란 사태 등 잇따른 악재로 추락을 지속한 것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8월부터 최근 5개월간 22조8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팔아치웠다. 그동안 한국 증시를 지탱하는 동학개미들도 미 증시와 코인시장으로 이탈했다.

◆21개국 증시 중 20위 =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전년 말 대비 9.6% 하락한 2399.49에서 장을 마감했다. 상반기에는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하반기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하락세를 보이며 연중 고점보다는 17% 떨어졌다.

코스피는 지난 2월 발표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가진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7월 11일엔 연고점인 2891.35(종가 기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8월 이후 경기침체 우려, 트럼프 트레이드 및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주요국 대비 상대적 약세를 나타냈다. 그 결과 코스피는 주요 21개국 20위를 차지하며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하면 주요국 증시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코스피의 경우 하반기(7~12월) 내내 떨어져 2000년 IT 버블(7~12월), 2008년 금융위기(6~11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 결과 코스피 시가총액은 작년 말 2126조원에서 1963조원으로 163조원(7.7%)이 줄었다. 코스닥의 경우 9조6000억원에서 8조4000억원으로 1조6000억원(16.3%) 감소했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의 시가총액이 전년 말 878조원에서 올해 말 683조원으로 22.2% 급감했다.

코스닥의 경우 작년 말 대비 21.7% 하락한 678로 장을 마감했다. 시총은 340조원으로 작년말 보다 92조원(21.2%) 줄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활발한 신규상장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반적 약세 영향으로 전년 대비 시가총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엔화 강세 우려에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움직임 = 올해 증시 하락은 일본은행(BOJ)의 깜짝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엔화강세와 엔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로 금리가 높은 나라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움직임이 8월 5일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한 블랙먼데이의 기폭제가 됐다.

코스피는 이날 하루에만 8.77% 급락하며 16년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4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한 이날 하루 새 시가총액은 약 192조원 증발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8월에는 약 2조8682억원을 순매도한 후 9월에는 7조9213억원을 팔아치우는 등 매도세는 더 거세졌다. 8월부터 12월까지 외국인의 순매도금액은 총 22조8389억원에 달한다.

블랙먼데이의 충격이 남아있는 가운데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승리하자 코스피 지수는 더욱 흔들렸다. 고율의 관세 부과를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투자 보조금 삭감 우려 등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자 삼성전자는 4년 5개월 만에 4만원대로 주저앉기도 했다.

◆12.3 내란 사태 후 외국인·개미 한국 증시 탈출 = 12.3 내란 사태로 증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갑작스런 비상계엄으로 환율은 급등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증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달 4일부터 30일까지 국내 증시 전체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3조1160억원에 달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싸늘해지면서 1조384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금까지 외국인이 매도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저가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받쳐줬던 것과는 대조된다. 낮은 수익률과 정치적 불확실성에 지친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와 코인 시장으로 빠르게 이탈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에 채권시장 호재 = 채권시장에서는 올해 진행된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하가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새해에는 금리인하 속도 조절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연준과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1년 내내 채권시장을 지배했다. 지난 9월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0.50%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며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하자 한은도 뒤이어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은은 10월에 0.25%p를 내렸고 11월에도 0.25%p를 내리면서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자 채권시장 내 수급은 외국인 투자자 중심으로 우호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이에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크게 증가했다. 지난 10월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결정 소식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3년 만기 국채 선물을 5만7617계약(6조4298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 투자자의 채권 투자도 두드러졌다. 특히 정부가 올해 6월부터 개인 투자용 국채를 발행하면서 채권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도가 커졌다. 기획재정부는 내년에는 현재의 10년 만기, 20년 만기 개인 투자용 국채에 더해 5년 만기도 신설할 방침이다.

다만 내년 정부의 200조원대 국고채 발행 계획은 채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에 201조3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42조8000억원 더 많다.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벌써 언급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내년 국고채 순증 규모가 큰 상황에 추경 논란까지 생길 경우 장기구간을 중심으로 0.15~0.20%p 가량의 금리 상승분 반영이 불가피해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추경이 채권시장을 크게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예산안 감액한 분을 추경하겠다는 것이어서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WGBI 편입이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은 2025년 11월부터 1년간 점진적으로 WGBI에 편입될 예정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채 발행이 늘어난다는 점은 부담”이라면서도 “WGBI 편입과 관련해 11월 이후부터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고 그 이전부터 액티브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채 발행 부담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WGBI 추종 자금은 약 2조5000억달러로 총 편입 비중 2.22%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75조원의 신규 자금의 유입이 기대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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