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고객만족도, 2년 연속 하락

2024-12-31 13:00:03 게재

경기침체 속 합리적 소비 증가 … 상위·중하위권 기업격차 커져

2024년 국가고객만족도(NCSI) 점수가 전년 보다 소폭 하락했다. NCSI 점수는 2010년 이후 2022년까지 계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하락한 이후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기업들이 고객중심경영을 추진했지만 국내외 어려운 경기상황과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 비중이 증가한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한국생산성본부(회장 박성중)와 미국 미시간대가 공동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이번 조사는 국내 80개 업종, 309개 기업(대학)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했다. 2024년 NCSI 점수는 78.0점으로 2023년 78.2점보다 0.2점(-0.3%) 하락했다.

전체 309개 조사대상 기업 중 세브란스병원이 84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고객만족도 82점 이상의 상위 톱 11에는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병원 6개, 아파트의 삼성물산, 전자제품AS의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 세탁기의 LG전자, 전문대학의 영남이공대가 포함됐다. 특히 병원업종의 조사대상 13개 중 절반에 가까운 6개 병원이 상위 톱11에 포함됐다. 전공의 파업으로 병원진료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우리나라 병원 서비스 수준의 우수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전년 대비 1위 기업이 변동된 업종은 16개, 공동 1위를 기록한 업종은 16개로 나타나 고객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선두기업들의 고객만족 노력으로 상위권 기업들간의 고객만족도는 상향 평준화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가차원의 NCSI 향상에까지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하위권 기업들의 고객만족 노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어 상위권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듯한 모양새다. 생산성본부는 “중하위 기업들의 경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중심경영전략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년과 비교가 가능한 전체 73개 업종 중 지난해 대비 고객만족도가 상승한 업종은 8개 업종으로 전년도 11개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2022년에는 35개 업종이 증가했었다.

정체는 57개 업종, 전년 대비 하락은 8개 업종이다. 참고로 올해 조사대상 업종은 총 80개였으며, 이 중 7개 업종이 조사 대상으로 신규 편입됐다. 새로 편입된 업종은 복합기(프린터), 인터넷전문은행, 체크카드이며 기존 경형승용차와 준중형승용차는 올해부터 컴팩트승용차로 통합됐으며, 기존 생명보험 업종은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으로 분리돼 조사했다.

국가 전체의 경제부문별 고객만족도 수준은 15개 경제부문 중 올해 처음 조사에 포함된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을 제외하고 전년 대비 6개 경제부문은 상승, 8개 경제부문은 하락했다. 2024년 가장 높은 NCSI향상률을 기록한 경제부문은 교육 서비스업으로 전년 대비 1.4점(1.8%) 상승했으며, 건설업과 내구재 제조업이 0.8점(1.0%) 올라 뒤를 이었다.

이어 운수 및 창고업 0.7점(0.9%), 사업시설 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 0.4점(0.5%), 정보통신업 0.3점(0.4%) 각각 상승했다.

올해 가장 높은 향상률을 기록한 교육 서비스업 부문은 국립대, 사립대, 전문대 모두 전년 대비 점수가 오르며 학생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교육부가 추진하는 ‘글로컬대학 프로젝트’ 안에 기존 국립대 외에도 사립대와 전문대 지정이 늘어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2024년 NCSI 하락폭이 가장 크게 나타난 경제부문은 수도, 하수 및 폐기물 처리, 원료 재생업으로 2.0점(-2.6%)의 지수 하락을 기록했다. 상수도 업종의 고객만족도는 전년 대비 2점 하락한 상황이다.

지자체별로 수질 관리와 안정적인 서비스 개선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미인증 부식억제장비 사용 문제, 상수도관 세척 효과 논란, 상수도관 파열 사고 등 부정적인 CS 이슈로 고객만족도가 하락했다는 평가다. 신뢰를 구축하고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함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고객만족도 제고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NCSI 점수가 70점 이상인 기업의 수는 1998년 20개사에서 1999년 23개, 2000년 36개, 2001년 47개, 2002년60개, 2003년 81개, 2004년 125개, 2005년 137개, 2006년 147개, 2007년 169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8년 146개, 2009년 135개로 주춤했다.

그러나 2010년 경기회복 기조에 힘입은 기업의 투자 증대가 제품 및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져 70점 이상의 기업 수는 182개로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으며 2011년 225개, 2012년 253개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후 2013년, 2016년, 2020년을 제외하고 전년대비 증가했다. 2021년 328개, 2022년 331개,2023년 333개였으며, 2024년에는 조사대상 기업 전체인 309개 기업이 70점을 넘었다.

한편 한국생산성본부는 1957년 설립 이래 국가경제개발 계획과 국가생산성향상 계획을 지원했다. 국내 최초 컨설팅·교육 전문기관으로 ‘경영’의 개념 및 ‘컨설팅’을 보급하고 경영전문가를 육성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확산,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ESG 확산 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