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혼자 있지 않아서 좋아요”
은평구 자립준비청년청서
송년회 기획, 구청장 초대
“연말에는 가족모임을 하잖아요. 저는 혼자 있을 때가 많으니까…. 오늘은 북적북적하니 좋아요.”
서을 은평구 진관동 은평자립준비청년청. 대조동에 사는 채 모(23)씨를 비롯해 홀로서기를 갓 시작했거나 사회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청년 20여명이 모이니 시끌벅적하다. 이끼가 심어진 작은 유리병을 장식하고 음식을 나누며 평범한 연말 분위기를 즐기는 중이다. 채씨는 “자준청은 평소에도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있다 가는 곳”이라며 “가족같은 분위기가 더해지니 더 좋다”고 말했다.
31일 은평구에 따르면 지역에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조촐한 연말 모임을 가졌다. 자준청을 이용하는 청년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김미경 구청장과 은평구 관계자들을 초대했다. 현악기를 다루는 청년들이 모여 만든 합주단 ‘모아(M.O.A)’가 음악선물을 더했다. ‘음악으로 여는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다.
은평자립준비청년청은 정부 지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자립준비청년들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22년 9월 문을 연 공간이다. 85㎡ 규모 작은 공간인데 2년여만에 200명 넘는 청년들이 정기적으로 이용할 정도로 인기다. 자립준비청년 160명과 보호연장아동 55명에게는 또다른 집이나 마찬가지다. 구 관계자는 “보호시설에서 나가 제각각 흩어진 청년들이 모일 수 있도록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준청에서만은 마음을 열 정도로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에는 청년들 스스로 송년회를 준비했다. 맞춤형 통합서비스부터 마음건강 돌봄, 사회관계망 형성, 취업과 의료 지원까지 자준청을 다양하게 활용하던 청년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다. 각자의 공간에서 키울 식물을 꾸미고 작은 선물과 덕담을 나누며 음악선물을 즐기는 순이었다.
김미경 구청장도 ‘가족’으로 초대했다. 김 구청장은 청년들에게 장미 한송이씩을 선물하고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그는 “구청장실에 우리 가족사진을 여러장 걸어놓고 있다”며 “청년들 모두가 날개를 달 수 있는 새해를 맞길 기원한다”고 응원했다.
송년회가 진행되는 동안 청년들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친구에게 장난을 치고 구청장과 공무원들에게 스스럼없이 농담을 건네며 한껏 즐겼다. 임대주택에 살면서 장학금으로 학비를,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해결하는 채씨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기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됐다”며 “자준청에서 먼저 자립한 선배에게 여러 조언을 들었는데 후배들에게도 같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합주단원 박 모(23·응암동)씨는 “자준청에서 매달 행사를 하는데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새해에는 좀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은평구는 자립준비청년청에 이어 내년에는 인근에 ‘자립준비청년 카페’를 개설할 계획이다. 청년들 일자리를 위한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청년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즐거운 추억을 쌓아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응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