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신 애경 회장 ‘대국민 공개사과’ 주목
가습기살균제 사태 재조명
“오너 직접 나서야” 여론
정부가 국가 애도 기간(7일간)을 정해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에 대한 조의와 애도를 표하기로 하자, 일각에서는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까지 재조명하며 애경산업 등 제품을 불매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경그룹이 안전보다 수익을 우선시해왔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이에 실질적 오너 경영자인 장영신 회장이 공개석상에 직접 나서 희생자에 대한 조의 등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사고수습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참사 후 5시간이 지난 오후 2시 브리핑을 열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경영진은 미리 준비해온 사과문을 3분가량 낭독하고, 잠낀 고개를 숙인 후 자리를 떴다.
참사 후 11시간 만인 저녁 7시 50분쯤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고준 AK홀딩스 대표 등이 현장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피해자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유가족들은 지나치게 늦게 현장을 찾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 임시 대표를 맡은 박한신씨는 “11시간 만에 나타나서 뭐하자는 것인가”라며 “자신들의 가족이 희생자라도 이렇게 늑장 부릴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이날 저녁 8시쯤 장 회장이 언론에 공개사과문을 이메일로 배포했다. 장 회장은 사과문에서 “이번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께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와 조의의 말씀을 드리며,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며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장 회장은 현장 등 공개석상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2005년 애경그룹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설립했다. 지난달 기준 제주항공의 운항 편수는 대한항공에 이어 2위다.
반면 안전 관리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2021년 주관하는 종합 안전도 조사에서 최하위(C++) 점수를 받는 등 허술했다. 실제 제주항공은 여럿의 크고 작은 사고를 냈다.
또 애경그룹 산하 애경산업은 12명이 사망하는 등의 인명 피해를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도 비판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제조한 유해 화학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독성이 있음에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거짓·과장 광고한 혐의로 2019년 기소됐다.
2021년 1심에선 무죄, 2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댔다. 대법원은 최근 법리적 문제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 논란은 계속될 전망된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애경그룹의 화장품·생활용품 등 목록이 적힌 글이 급속도로 퍼지며 불매를 독려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장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대국민 공개사과 등 계획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