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양극화 심각” 94.5%…누구탓? 정치권 47.0%

2024-12-31 13:00:14 게재

‘현 정치체제에서 정치적 양극화 해소하기 어려워’ 83.9%

“민주주의 파괴한 '우리편' 지지하는 이유, 정서적 양극화”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단행된 12.3 비상계엄 선포는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 양극화와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법사’들과 연결돼 있었고 대선 후보 토론회에는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극우세력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들에 익숙해졌고 그들이 제기한 의혹들에 심취해 있었다. 그 사이엔 유튜브를 통한 알고리즘이 연결돼 있었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개딸’ 등 극단적 민주당 지지세력과 극우세력이 양쪽 끝으로 갈라지는 악순환이 결국은 상대방을 더 이상 같이 공존하기 어려운 ‘적대적 관계’로 인식하게 만들어 놨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을 신봉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선거관리의 산실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핵심 서버를 탈취하고 관리자를 체포, 구금할 뿐만 아니라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계엄군을 동원해 국회의사당에 침입하고는 본회의장까지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도록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나서 위헌적 계엄을 해제하려는 시도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심지어 계엄을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감싸거나 ‘무죄추정주의’를 내세워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발언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탄핵 반대’ 속내엔 탄핵 이후 ‘집권 불가’ 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집권’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과 국회에 군을 동원해 총을 겨눈 세력을 옹호하는 것이 상대편에 정권을 내주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극단적 인식과 양극화 현상은 어디서 만들고 활용하는 걸까. 3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따르면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월 17일부터 이틀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의견에 94.5%(매우 동의 73.5%+동의 21.1%)가 동의했다.(100% 스마트폰 자동응답방식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p)

연령·지역·성별·직업, 이념성향과 상관없이 90% 이상이 ‘정치 양극화’의 심각성에 동의했다. 모두가 정치 양극화를 ‘심각’하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지금껏 개선되기 보다는 더 악화하는 모습이다. 미디어 ‘유튜브’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그들만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고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동영상을 제공하는 ‘알고리즘’ 방식의 유튜브 소비 경향은 ‘그들만의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유권자들은 이러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지목했다.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책임이 가장 큰 주체’로 절반 가까운 47.0%가 ‘정치권’을 지목했다. 그 뒤엔 ‘언론’(27.1%)이 있었다. 정부와 유튜브가 각각 12.0%, 11.8%로 뒤를 이었다.

20대와 30대, 70세 이상의 경우엔 ‘정치권’과 ‘언론’의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책임이 크다면서도 그 다음으로 ‘정부’보다는 ‘유튜브’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행 정치체제에서는 정치적 양극화 해소가 어렵다’는 명제에 83.9%가 동의했다. 거대양당 체제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매체 환경의 변화로 알고리즘에 의해 서로 접하는 정보가 달라져 소통 불가능성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트럼프의 말처럼 ‘내가 믿는 게 진실’이 되는, 음모론이 매체 환경을 타고 더 강화되는 그런 모습으로 현실화됐다”며 “상대방의 나쁜 것들을 스스로 생산해내서 그걸 믿고 결국은 정치적 양극화가 이 부분을 더욱더 만들어낸 그 텃밭이 된 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지금 문제는 정서적 양극화”라며 “DJ나 YS 팬덤이 지금 그 무엇보다 대단했고 그들끼리 서로 싸우기는 했지만 상대의 정치생명을 끝내야 한다고 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것을 굳게 믿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편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더라도 지지가 되는 거다”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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