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미국서 트럭돌진 수십명 사상
최소 10명 사망, 35명 부상 … 범인 IS깃발 소지해 조직 연계 가능성도
앤 커크패트릭 뉴올리언스 경찰서장은 “매우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범인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치려 했다”면서 “음주운전은 아니며, 우리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더 복잡하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용의자는 차량으로 바리케이드를 뚫고 돌진한 후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는 300명 이상의 경찰이 배치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연방수사국(FBI)은 “범인이 42세의 샴수드 딘 자바르”라고 신원을 밝혔다. 미 퇴역 군인으로, 텍사스 출신 미국 시민으로 파악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범인이 게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2020년 유튜브 동영상에서 그는 스스로에 대해 “텍사스 뷰먼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군대를 위해 여행한 것을 제외하면 평생 이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 군대에서 10년간 인사 전문가와 정보 기술 전문가로 일했다고 말했다. FBI는 사건 당시 차량에서 ISIS(이슬람국가·IS를 미국이 가리키는 명칭) 깃발이 발견돼 이를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CNN은 범행에 이용된 트럭은 개인 차량 소유자가 임대자와 1대1로 연결해 차량을 임대하는 사이트 투로(Turo)를 통해 빌린 것이며, 범인이 부동산 및 IT 분야에서 일한 군 출신으로 법원 문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CNN이 해리스 카운티 법원 기록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범인은 2002년 12월에 50~500달러의 경범죄 절도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9개월 동안 “지역사회 감독”을 받았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혼 소송의 일환으로 제출된 2022년 1월 이메일에서 그는 집에 대한 지불을 감당할 수 없다고 썼는데, 당시 그는 집이 2만 7000달러 이상 연체되었고 이혼 합의가 더 지연되면 압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또 그가 만든 사업체인 Blue Meadow Properties가 작년에 약 2만8000달러의 손실을 봤고, 다른 사업체들은 돈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으며, 약 1만6000달러의 신용카드 빚을 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범행에 사용한 픽업트럭과 사건 현장에서는 사제 폭발물로 의심되는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가 여러 개 발견돼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모종의 목적을 가진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유관 기관과 함께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유관 법 집행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FBI는 이 끔찍한 공격을 테러 행위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사당국은 범인의 정치적 종교적 견해가 범행 동기가 됐는지 여부와 함께 이번 사건이 “테러 조직과 연관이 있는지, 공범이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FBI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인의 단독 범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공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부부는 CBS 방송에 “길 아래쪽에서 충돌 소리가 들렸는데, 이후 흰색 트럭이 고속으로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았다”고 말했다.
또 18살 시온 파르손스는 “친구 2명과 버번 스트리트 레스토랑을 나서던 중 차량이 우리를 향해 질주해 왔다”며 “나는 차를 피했지만, 친구 한 명이 차량에 치였다”고 전했다.
프렌치 쿼터는 뉴올리언스 중심지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이며, 버번 스트리트는 프렌치 쿼터의 대표적인 거리 중 하나다. 많은 바와 클럽, 라이브 공연장 등이 몰려 있어 새해 전야 파티의 세계적 명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사건 현장에는 새해 맞이 인파에 더해 이날 인근 슈퍼돔에서 열리는 대학 미식축구 슈거볼 플레이오프 경기를 앞두고 미리 경기장 주변을 찾은 사람들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붐빈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지애나주 제프 랜드리 주지사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이날 오후 7시 7만석의 슈퍼돔에서 열릴 예정이던 조지아대와 노트르담대의 대학 미식축구 슈거볼(Sugar) 4강전은 연기됐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