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유럽 가는 러시아산 가스공급 중단
러 재정 타격주려 계약종료
파급력 놓고 유럽내 온도차
우크라이나 영토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공급되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새해 첫날인 1일(현지시간) 중단됐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체결했던 우크라이나 우렌고이 가스관의 5년 사용 계약을 전날 종료하고 갱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밀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인 가스 판매를 막아선 것이다.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 가스 경유를 중단했다”면서 “이는 역사적인 일로 러시아는 시장을 잃고 재정적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AFP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도 “모스크바 시각으로 1일 오전 8시를 기해 러시아산 가스의 우크라이나를 통한 공급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말 러시아와의 전쟁 개전 뒤에도 이 계약에 따라 자국을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연간 약 15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 국가로 보냈다. 계약 초기였던 2020년엔 연간 약 650억㎥ 였다.
러시아는 가스 수출 수입을, 우크라이나는 운송료 수수료를 챙겨왔다. 계약 종료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서 연간 약 8억달러(약 1조1774억원)의 운송료 손실을, 러시의 가스프롬은 가스 판매 감소로 약 50억달러(약 7조359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조치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됐다. 특히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강력히 반발했다.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피초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 수송 중단은 러시아 연방이 아닌 EU의 우리 모두에게 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슬로바키아 국영 가스업체 SPP는 성명을 통해 독일과 헝가리를 경유하는 대체 경로를 통해 가스를 공급할 것이나 추가 운송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몰도바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트란스니스트리아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통해 연간 천연가스 20억㎥를 공급받아왔다.
반면 EU 집행위원회는 가스 공급 중단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예상된 일이라 이에 대비해왔다”며 “유럽의 가스 인프라는 충분히 유연해 러시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생산된 가스를 대체 루트를 통해 중·동부 유럽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레오노어 게베슬러 에너지부 장관은 “오스트리아는 더 이상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는 좋은 일”이라고 했고, 폴란드의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외무장관은 엑스에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 가스 수송 중단은 핀란드,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이후 ‘또 다른 승리’로 기록됐다”며 환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가스공급 중단으로 유럽에서 러시아산 가스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하면서 노르웨이, 미국, 카타르산 가스가 대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내 점유율은 한때 35%까지 높아졌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2018년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수출량은 연간 2010억㎥로 최고를 기록했으나 지난해는 약 320억㎥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 수송이 중단되면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