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미리보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 가운데 2명을 임명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나머지 1명의 헌법재판관도 곧 임명되어 탄핵심판에 가담할 것으로 믿는다. 헌법 제111조 제3항은 헌법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 국회에서 선출한 재판관을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장을 주어 임명할 ‘헌법적 의무’가 있는데 3명 중 1명을 임명하지 않은 선별적 임명은 이러한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연구자 관점에서 앞으로의 탄핵심판 과정과 결과를 미리 예측해본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윤 대통령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처럼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 과정에서 형사재판에나 적용될 수 있는 엄격한 증거법칙 등의 법리들을 주장하며 온갖 지연전략을 쓸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탄핵심판은 형사재판과 다르고 징계절차에 가깝다는 이유로 이러한 주장들을 배척할 것이며 신속한 심리를 거쳐 두달여 후에는 만장일치의 탄핵인용 결정으로 윤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할 것이다.
지난 첫 준비기일에서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헌법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게 제일 큰 목표이기 때문에 형사소송처럼 엄밀히 증거를 따지거나 피고인 개인 권리보호를 형사소송만큼 보장해주기 어렵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필자는 이 말에 주목한다. 앞으로 형사재판과 달리 징계절차에 가까운 탄핵심판에서 신속한 결론을 위해 매진하겠다는 헌재의 공개적 입장표명이기 때문이다.
헌재, 윤 대통령측 지연전술 수용 안할 듯
검사 출신으로 형사재판에 능한 윤 대통령이나 그 변호인들이 공개변론 과정에서 쓸 것으로 예상되는 지연전략으로 첫째, 형사재판에서나 활용될 수 있는 ‘무더기 증인신청’이 있다.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국회에서의 계엄군 지휘관 등의 여러 진술들과 달리 계엄선포 당시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말을 윤 대통령이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개변론이 열리면 국회에서 진술을 하거나 진술과 연관된 관련자들을 무더기로 증인신청할 것이다. 그러면서 수사기록이 있더라도 진술자를 헌재 대법정에 불러 확인해야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칠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윤 대통령측이 신청한 증인들 중 꼭 증언을 들을 필요성이 큰 일부만 골라서 소환할 것이다. 고도의 입증책임으로 피고인의 유죄를 증명해야 하는 형사재판과 달리 헌법 위반 여부만을 가려도 되는 탄핵심판에서는 증인·증거채택에서 재판부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90명이 증인신청 됐지만 헌재는 그 중에 36명의 증인만 채택한 바 있다.
둘째, 탄핵심리 중에 윤 대통령이 내란죄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되면 탄핵심판과 동일한 사유로 형사재판이 진행될 때 헌재가 탄핵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게 한 헌법재판소법 제51조를 근거로 윤 대통령측은 탄핵심판 정지를 신청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정지할 수 있다”고 헌재에 재량권을 준 것일 뿐이므로 헌재는 이러한 신청을 물리치고 신속한 결정을 위해 탄핵심판을 정지하지 않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국정농단사건 공범에 대한 형사재판이 열리자 박 대통령측이 탄핵심판 정지 신청을 냈지만 당시 헌재는 신속한 탄핵결정을 위해 이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란죄 여부 아닌 계엄의 위헌성 판단 집중
셋째, 윤 대통령측은 탄핵심판에서 형법상의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데 화력을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윤 대통령측의 이런 바람과 달리 내란죄 성립 여부가 아니라 헌법 제77조 위반을 중심으로 한 비상계엄 선포행위의 위헌성 판단에 집중할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행위의 위헌성만으로도 탄핵파면의 사유는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도 초기에 헌재는 ‘제3자 뇌물죄’ 등 형법 위반 여부를 5가지 쟁점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가 나중에는 이 부분에 대한 본격적 판단은 형사재판에 미루고 쟁점에서 제외한 바 있다.
윤 대통령 파면 후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치루어질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고 2025년 새해 봄부터 위헌·위법한 계엄선포로 훼손됐던 헌법질서가 회복되면서 대한민국은 다시 새로운 발전의 길로 전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