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전문성 높은 외부감사인 투입하면 감사시간 줄어

2025-01-02 13:00:03 게재

감사인 교체 초기. 감사품질 유의한 차이는 없어

1만개 표본 분석 ‘회계감사 학습효과’ 차별적 존재

특정 산업분야 전문성이 높은 외부감사인이 해당 분야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맡으면 기업에 투입되는 감사시간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감사인이 교체되는 초기, 산업전문성이 있는 외부감사인과 그렇지 않은 감사인 사이에 감사품질 차이는 크지 않았다.

2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간한 ‘회계·세무와 감사연구’(101호)에 따르면 감사인의 산업분야 전문성이 높을수록 감사초기인 2차년도에 투입하는 감사시간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회계·세무와 감사연구에 실린 논문 ‘산업전문감사인과 빅4 감사인의 학습효과’(감사초기를 중심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학습효과가 회계감사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빅4 감사인은 4대 대형 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을 말한다. 학습효과는 인간이 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경우 숙련도가 증가해 작업시간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생산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학습효과는 주로 초기에 급격하게 나타나며 일정 시점에 도달하면 학습효과는 점차 줄어든다.

논문을 작성한 신유진 조선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와 노준화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감사인의 전문성이 높을수록 2차년도의 감사투입시간이 낮으므로 전문성이 높은 감사인일수록 2차년도의 학습효과가 차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별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감사 초기에 외부감사인의 산업전문성으로 감사시간은 줄었지만 감사품질에 있어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품질의 측정치로 ‘재량적 발생액’을 종속변수로 분석했다. 재량적 발생액은 경영자의 재량에 따라 기업이 이익을 달리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재량적 발생액이 적을수록 감사품질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사인의 학습효과가 초도감사에서 2차년도에 한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최소 5년간)에 꾸준하게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차년도 뿐만 아니라 3차년도 및 4차년도 까지 분석을 했지만 재량적 발생액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감사시간에서는 영향이 컸다. 감사인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에는 초도감사에서 2차년도로 넘어가는 경우 증분감사시간의 유의한 변화가 없으나 3년 이후로 이동할수록 추가적으로 투입되는 감사시간(증분감사시간)이 증가했다. 그러나 감사인의 전문성이 높은 경우(Big4 감사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초도감사 이후 증분감사시간이 계속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신 교수와 노 교수는 “전체 표본에 대한 감사 초기의 감사시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으나 감사인의 전문성이 높으면서 감사 초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투입하는 감사시간이 유의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감사품질이 일정 수준으로 고정된 상태에서 감사에 투입하는 시간이 감소한 것이므로 감사인의 학습효과가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이번 연구에서는 감사인의 전문성을 빅4 여부 또는 산업전문감사인 만으로 구분했다”며 “사실 감사인의 전문성에 대한 측정치로는 회계법인별 구분이 아니라 감사인별로 구분해야 적절할 수 있다”고 한계를 인정하면서 추가적인 연구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1만145개 표본을 추출해 분석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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