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기술’ 지원하는 중국벤처에 미국, 올해부터 투자 금지
미국 투자자들은 올해부터 중국 인민해방군 등이 활용하는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을 지원하는 중국 벤처펀드에 투자할 수 없게 된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일(현지시각)부터 반도체와 양자컴퓨터, AI시스템 등과 관련된 중국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미국인이나 기업들은 민형사상 처벌을 받게 된다.
이같은 바이든정부의 조치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미 중국 벤처펀드에 투자한 미국기관들은 해당 펀드로부터 그같은 사항을 위반하지 않겠다는 ‘계약상 보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중국 벤처펀드들로부터 그같은 보증서를 확보했지만, 그렇지 못한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줄이거나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기업 세콰이어캐피털과 GGV캐피털은 지난해 중국 벤처투자 부서를 분사했다.
미하원 중국위원회는 지난해 2월 보고서에서 “미국 벤처투자자들이 30억달러 이상을 중국군용기술 발전을 직접적으로 돕는 벤처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특히 우려하는 지점은 중국 벤처펀드들로부터 그같은 보증을 확보하는 것이 외국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중국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 범용성을 갖는 AI의 특성 때문에 법으로 금지되지 않은 부문에 대한 대중국 투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한 대형 기금펀드 CEO는 “중국 민간부문에 대한 새로운 투자에 거대한 걸림돌이 생겼다”고 말했다.
중국정부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990년대 이래 가장 적었다. 또 금융정보 플랫폼 딜로직에 따르면 2023년 중국 벤처업계에 대한 외국계 자본은 전년 대비 60% 급락한 37억달러였다.
반면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 밴처투자자, 고액자산가, 공공 연기금 등은 중국 주요 기술부문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세콰이어캐피털의 전 중국사업부인 ‘홍샨’은 2022년 90억달러 가까이 자금을 모았다. 그중 절반이 미국에서 유입된 투자금이었다. 2005년 예일대 기금펀드로부터 2000만달러를 받아 설립된 ‘힐하우스’는 중국 기술부문에 투자하는 650억달러 규모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에 투자하는 다른 대형 기관투자자에는 4600억달러 규모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기금, 2600억달러 규모 뉴욕주공동퇴직기금 등이 있다. 두 기금은 포트폴리오의 1~3% 수준에서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싱크탱크 퓨처유니온에 따르면 미국 72개 대형 연기금펀드는 2020~2023년 680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