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오너리스크, 내부통제 허술, 위험 적발 못한 외부감사인”

2025-01-02 13:00:03 게재

회계업계, 오스템임플란트 2215억 횡령 사건 분석

감사위험 측면에서 원인 찾아, 제도적 한계도 지적

기업을 비롯해 금융기관의 횡령 사건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2021년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의 발생 원인을 회계업계에서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2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간한 ‘회계·세무와 감사연구’(101호)에 실린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의 발생 원인에 대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횡령이 발생한 2020년과 2021년 이사회 개최 횟수가 급격히 줄고 내부 감사 지원 조직도 축소됐으며, 시간당 감사보수의 대폭 할인이 충분한 감사시간 투입을 저해해 오류 발견 가능성을 낮추는 원인이 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21년 12월 세계 시장 점유율 8%로 당시 세계 4위이자 아시아 및 국내 1위 업체다. 2020년과 2021년에 발생한 횡령 금액은 2215억원으로 자기자본의 108.18%에 해당되고 상장기업 역대 최대 금액이다.

2018년 입사한 이모 재무팀장이 자금 수지와 출금 내역, 잔액 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1년여에 걸쳐 자금을 횡령했다. 횡령 사건 이후 2022년 1월 오스템임플란트는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됐고 이후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2023년 8월 14일 최종 상장폐지됐다. 자산 규모가 1조원이 넘고 매출액이 6000억원 가량되는 기업이 횡령 사건으로 인해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다.

정기위 영남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의 원인을 감사위험(고유위험, 통제위험, 적발위험) 측면과 신외감법 측면에서 분석했다.

먼저 고유위험 측면에서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전 회장의 특성이 내부통제제도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 전 회장은 2014년 치과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회사 돈을 해외법인에게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2019년 3월 유죄판결을 확정받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2020년 또 다시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특별감리에서 반품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아 매출이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재무제표를 재작성한 결과, 이 기간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이 각각 28억원, 130억원 감소했다.

정 교수는 “횡령 및 배임과 분식회계 등 부정적인 이슈가 많았던 전 CEO의 특성상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통제제도는 효과적이지 못했을 것이고 이는 횡령의 주요 원인이 됐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통제위험 측면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투자가 경쟁업체인 '덴티움'이나 '디오'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회계담당인력비율은 약 1.42%이지만 덴티움과 디오는 이보다 훨씬 높은 2.49%, 2.33%였다.

이사회 개최횟수는 2019년 57회, 2020년 40회, 2021년 12회로 급격히 줄었다. 이사회 내의 전문가(회계사 1명) 비율은 20%에 그쳤다. 2019년까지는 전문가가 한명도 없었다. 내부감사 지원 조직 규모는 2019년 20명에서 2020년 15명, 2021년 14명으로 계속 줄었다.

감사실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도 2019년 6.15년에서 2021년 2.7년으로 감소했다. 2018년과 2019년 유가증권 상장기업 내부 감사 부서의 평균근속연수가 8.9년인 것과 비교해보면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 감사 부서의 평균 근속연수가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발위험 측면에서 보면 2019~2021년 사이에 외부감사인에 대한 감사보수가 크게 줄었다. 2020년 감사보수는 5억7500만원이었지만 2021년 3억5000만원으로 2억2500만원 감소했다. 반면 감사시간은 약 1800시간 증가했다. 따라서 시간당 감사보수는 10만원 가량 줄었다.

2020년 시간당 감사보수는 16만5040원이었지만 2021년 6만6150원으로 떨어졌다. 2020년 외부감사인은 직권지정으로 선임된 삼덕회계법인이었고 2021년 외부감사인은 자유수임으로 선임된 인덕회계법인이다.

정 교수는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금액 중 대부분은 2021년에 발생했고, 2020년과 비교해 2021년에 감사시간이 증가하고 감사보수가 감소해 시간당 감사보수가 대폭 할인된 것이 주요 원인이 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낮은 감사보수 지급은 오류 발견을 위한 충분한 시간 투입을 저해해 오류 발견 가능성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충분한 감사보수가 지급됐더라면 횡령 사건 적발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단행된 회계개혁으로 신외부감사법이 제정됐지만,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 원인이 신외부감사법과 규제당국에 있다는 점도 지됐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외부감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인덕회계법인, 2020년에는 삼덕회계법인, 그리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다시 인덕회계법인이 맡았다.

정 교수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외부감사인을 담당한 인덕회계법인을 감리지정사유가 해소된 직후인 2021년부터 외부감사인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감사인의 독립성 측면에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며 “주기적 지정제도로 인해 지정 감사인 배정을 앞두고 있었던 기업이 지정 감사인을 지정받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과거 분식회계 관련 이력과 어닝쇼크 등 재무제표 이슈가 있었던 기간 동안의 외부감사인을 1년 후에 다시 외부감사인으로 재선임했다는 것은 신외감법의 제도상 허점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기적 지정제(기업이 6년간 외부감사인을 자유선임한 이후 3년은 금융당국이 외부감사인 지정)의 경우, 금감원의 직권지정 사유가 발생하면 주기적 지정제에 따른 지정사유가 해소돼 기업이 자유수임으로 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게 된다.

정 교수는 “이러한 제도하에서는 기업이 주기적 지정제에 따른 감사인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 자유수임이 종료돼 가는 4~5년차에 고의적으로 직권지정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며 “주기적 지정제에 따른 직권지정이 해소되더라도 자유수임이 아닌 직권지정을 통해 외부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해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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