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대 저성장 공식화…“필요시 추가보강” 추경도 선택지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경기 하방위험” … 2025년 경제정책방향
신인도 관리 ‘방점’ … 외국인투자 촉진하고 외환·국채 인프라 개선
‘내수 한파’ 대응정책 강조 … 소비촉진·관광활성화·소상공인 지원
정부가 올해 1%대 저성장을 공식화했다. 1분기 경기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시 추가 경기보강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문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기획재정부는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8%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2.2%)에서 0.4%p 하향 조정했다. 2%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악재로 떠오른 내란정국이 장기화한다면 더 내려갈 수도 있다.
◆내란에 경제불확실성 확대 = 김범석 1차관은 브리핑에서 “계엄·탄핵 등에 따른 불확실성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사례들을 볼 때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관리된다는 전제에서 전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을 거듭 언급하면서 ‘하방위험’을 부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차관은 “대외적으로 고물가·고금리 완화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며 “대내적으로도 내수의 완만한 개선이 예상되지만, 수출 증가 속도는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특히 금융·외환시장에 대해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 국내 정치상황 등으로 최근 들어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2025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2025년은 어느 때보다 확대된 대내외 불확실성이 성장경로, 금융·외환시장과 민생여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불확실성 대응, 경제정책 최대현안 = 내년 경제의 핵심 정책목표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한 안정적 관리’를 내세웠다.
내란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해외발 악재도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대응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4대 정책분야로는 △민생경제 회복 △대외신인도 관리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웠다.
대내적으로 정치불안 탓에 내수부진이 더욱 심화하는 상황에서 신인도를 지키는데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근본적으로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정책도 챙기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아울러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경기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가용재원으로 18조원(정책금융 12조원과 재정·공공 추가투자 6조원), 상반기 민생·경기사업 약 85조원의 40% 이상을 1분기에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회계연도 개시 전 배정’도 11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집행한다.
이런 조기 재정집행에도 불구하고, 1분기 재점검을 거쳐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추가 경기보강방안”을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결국 추경 편성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소통과 협력 강화 강조 = 국회·민간 부문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세부적으로 최우선 방점을 찍은 정책은 ‘대외신인도 관리’다. 우선 외국인 투자(FDI)를 촉진하는 투자유치 패키지를 지원한다.
상반기 현금지원 예산 2000억원을 최대한 집행하고 기존의 지원 한도와 국비 분담 비율도 각각 5~20%p, 10~25%p 상향하기로 했다.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한도를 500억달러에서 600억달러로 확대하고 만기도 2025년 말까지 연장한다. 외환시장의 인프라와 접근성도 개선한다. 외환거래 결제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11시까지 연장하고 일시적 원화 차입이 가능한 기관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11월 세계국채지수(WGBI) 실제 편입을 앞두고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도록 국채투자 인프라 확충 ‘5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내수촉진 방안 고심 = 내수 부문에서는 전년 대비 5% 이상의 상반기 추가 소비분에 대해서는 20% 추가 소득공제를 추진한다. 내구재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자동차·전기차·가전 구매에 대해 ‘내구재 소비촉진 3종 세트’를 시행한다. 상반기 한시적으로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할 방침이다.
국내관광 촉진을 위해 최대 3만원을 지원하는 비수도권 숙박쿠폰 100만장을 새로 배포하고,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검토한다.
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대상을 확대하고 취업·재창업 교육을 이수한 취약차주에게는 추가 상환유예를 검토한다. 정책자금 상환연장과 전환보증, 저리 대환대출 등 소상공인 금융지원 3종 세트도 강화한다.
영세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한시적으로 15%에서 30%로 2배로 높이고,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설명절 전후로 기존 10%에서 15%로 높인다.
물가 관리에는 지난해보다 7.4% 많은 11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농·축·수산물 할인과 에너지·농식품바우처 등을 지원한다. 특히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는 역대 최대인 예산의 80% 이상을 상반기에 신속 집행할 방침이다.
◆역부족·안이한 대응 지적도 = 다만 정부가 내란사태가 촉발한 국내 정치 불안이 올해 한국 경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정책 방향을 설계한 점에 대해선 ‘안이한 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올해 정치 불안 우려가 크지 않다면서도 1분기 전망을 보류하고 경제 여건을 다시 점검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정부의 이런 안간힘과 별개로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정치권에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악재가 계속되는 한 어떤 경제정책 대응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내수를 진작하기 위한 ‘민생경제 회복’ 대책은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서 첫 번째 과제로 이름을 올렸지만 그래도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재화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최장 감소세다. 그나마 내수를 지탱하던 서비스 소비마저 최근 둔화하는 모습이다. 내란사태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연말 특수’마저 사라지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기금사업계획 변경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책이 기존 내수 진작책을 확대·반복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사상 초유의 내수 부진 상황을 반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