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정치논리 배제된 에너지정책을

2025-01-02 13:00:04 게재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자기 멋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에너지문제도 정치화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탄핵정국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에너지정책의 불확실성은 커져만 간다.

하지만 에너지문제는 우리 삶의 기본토대가 될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장기적 대안이 되는 만큼 흔들림 없이 착실히 추진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확정은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다.

전기본은 2년마다 한번씩 수립하며 △전력수급의 장기전망 △전력수요관리 △발전 및 송변전 설비계획 등 전력수요와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종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11차 전기본의 계획기간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다.

그런데 계획기간 중 벌써 1년이 지났다. 올해 확정한다고 해도 내년에 바로 12차 전기본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1월 공개할 예정이었던 실무안을 5월 말에야 공개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상임위 보고만 남겨두었는데 여야 정치논리에 휘둘리며 해를 넘겼다.

전기본은 실질적으로 국가 최상위 에너지계획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2038년까지 10.6기가와트(GW)의 발전설비를 추가하는 전기본이 확정되지 않으면 에너지와 관련된 후속계획들이 다 올스톱되는 상황이다. 후속계획으로는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 △송전망 투자계획 △신규 원전 부지계획 △액화천연가스(LNG) 용량시장 개설 계획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계획 △재생에너지시장 개편계획 등이 줄지어 대기 중이다. 장기적으로 에너지공급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행정계획인 전기본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게 근본문제다. 여야의 견해차나, 에너지기업과 환경단체의 입장 차이와 관계없이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정책은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정치적으로 독립된 상황을 전제로 정부는 계획의 정교성을 높이고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최근처럼 불필요한 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이럴 바엔 아예 전기본을 없애고 시장에 맡기는 게 낫다.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정책도 필요하다. 에너지생태계가 튼튼해야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 미국 바이든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트럼프의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도 에너지산업정책이 핵심이다.

사실 에너지문제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은 간단하다.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자국에 풍부하게 매장된 석유·가스를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에너지가격을 낮춰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도 정치논리가 배제된 에너지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이재호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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