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고군분투 속 대중국 무역수지 2년 연속 적자
반도체, 대중국 수출 늘었지만 수입도 증가 … 같은 방향 이동
대미국 수출·무역흑자는 사상 최대치 경신 … 대책 마련 분주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6838억달러(약 1006조4168억원)를 기록해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수출증가율이 가장 높은 9.6%에 달했다.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6년 만에 가장 컸다.
글로벌 고금리·고물가 지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사태 등 어려운 대외여건에도 고군분투한 결과다. 하지만 새해는 대내외 여건이 더 좋지 않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정책이 예상되고, 중국의 덤핑수출 확대 등 통상환경이 악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경제는 내수침체 속에서 탄핵정국으로 소용돌이 치고 있어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수출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대책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 6.6% 증가 = 한국은 지난해 사상최대 수출을 기록했지만 중국·미국과의 교역관계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1330억달러, 수입은 1398억달러로 68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180억달러 적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우리나라 최대 시장인 대중국 수출은 3대 품목인 1위 반도체(459억달러), 2위 석유화학(174억달러), 3위 무선통신기기(78억달러) 모두 호조세를 보이면서 전년대비 6.6% 증가했다.
대중국 수입은 2023년 1429억달러에서 2024년 1398억달러로 2.1% 감소했지만 무역수지 적자를 벗어나진 못했다.
중국 품목별 수입은 반도체 철강 일반기계 등 11개가 증가했고,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컴퓨터 이차전지 등 4개가 감소했다.
1위 수입품 반도체는 후공정 분업으로 한중간 주고받는 과정이 많다. 따라서 대중 반도체 교역은 수출과 수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외에 자동차(테슬라 볼보) 휴대폰(아이폰) 등 중국에서 제조한 상품의 수입이 늘었다. 물류비·가성비로 인해 기계류 섬유 합성수지 가전 각종원재료 등의 수입도 증가세다.
◆대미국 수출, 자동차·기계가 견인 = 이와 함께 지난해 한국의 대미국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는 각각 1278억달러, 557억달러로 모두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인 미국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뤄낸 성과다.
다만 이달 출범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수지 균형을 강조하며 보편관세 부과 등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예고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1278억달러로 전년대비 10.5%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1984년 처음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1988년 200억달러, 2000년 300억달러, 2011년 50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22년 1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대미 수출은 2018년(727억달러)부터 지난해까지 7년연속 매년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하는 등 역사를 새로 써왔다.
2024년 대미 수출을 이끈 일등공신은 자동차다. 전년대비 8% 증가한 342억달러로 전체 대미수출의 26.8%를 담당했다. 자동차는 한국의 전체 대미흑자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어 일반기계가 전년보다 4% 증가한 149억달러(전체 대미 수출의 11.7%), 반도체가 123% 증가한 103억달러(8.1%) 등으로 기여했다.
자동차 수출증가는 미국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호평받고 있기 때문이며, 일반기계 수출증가는 한국기업들이 미국 현지투자를 확대한 영향이 큰 것으로 산업부는 분석했다.
반도체 수출급증은 미국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열풍에 서버 투자를 확대한 영향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출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도 전년(444억달러)보다 25% 늘어난 557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한국은 대미무역에서 1998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5년간 흑자규모는 2020년 166억달러,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 2023년 444억달러, 2024년 557억달러로 매년 늘었다.
에너지 수입이 많았던 중동에서는 735억달러 적자를 봤다.
◆올해 무역보험 공급 250조원 이상 = 이달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시절 무역적자 해소를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저가제품 공세로 시장을 교란한다는 명문으로 중국산 수입품에는 60%까지 고율관세를 매기고, 다른 나라 상품에도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국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까지 미국의 14위 적자국이었지만 지난해 1~8월 기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8위까지 올라왔다.
이에 우리정부는 무역수지 관리를 위해 미국 에너지수입 확대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를 360억달러(약 50조원) 수입한 세계 3대 LNG 수입국이다. 이같은 구매력을 활용해 LNG와 원유 등 에너지 도입선을 미국으로 일부 돌리면 추가적인 경제부담 없이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1기 정부 시절에도 미국산 에너지수입 확대를 추진했다.
2016년 한국의 미국산 원유·가스 수입 비중은 각각 0.2%, 0.1%에 불과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2017~2021년)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 비중을 높여 2023년 각각 13.5%, 11.6%까지 비중을 높였다.
한국의 대미수출 증가가 ‘투자 유발형’이라는 점도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혜택을 받기 위해 한국기업들이 미국현지에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공급망 배제도 강력히 원하는 만큼 수혜를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올해 수출활성화를 위해 무역보험 공급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인 25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수출 중소·중견 기업에 대해 100조원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또 최근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응해 중소기업 수입자금 대출 보증과 환변동보험 한도를 150%까지 상향하고, 환변동 보험료를 특별 할인(30%)할 방침이다.
수출 상담회와 전시회도 300회 이상 개최해 우리 기업의 해외마케팅을 적극 돕기로 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